작년 한 해 대한민국을 뒤덮은 이슈 중 하나는 부동산 정책이었다. 

불붙은 주택 정책 논란 속 정부는 양도세, 종부세 등 세율 인상, 청약제도 개편 등 크고 작은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했고,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며 3기 신도시 조성을 비롯한 공급 확대책에도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미혼의 무주택 1인 가구이면서 이른바 ‘영끌’에 나설 밑천조차 없는 나에게는 이러한 변화들이 대체로 무감하게 다가왔다. 

그나마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전세 계약기간이 2년 연장된 정도가 당장의 내 삶과 밀접하다 할 수 있는 변화인데, 이마저도 전세 물량 감소 및 전세값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미래 고민거리만 늘어난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내가 부동산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저소득도 고소득도 아닌 애매한 소득의 내가 내 집 마련이나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얻을 틈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청약 제도를 들여다보면 가점부터 좌절이다. 부양가족수(상한 35점)와 만 30세부터 집계되는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점수 체계에서 애당초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없다.

무주택 기간이 긴, 기혼자에 유리하게 설계된 정책이다 보니 싱글인 청년층 1인 가구에게 청약이란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다.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려 가점제를 보완하는 특별공급도 1인 가구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청년층을 위해 정부가 물량 확대에 나선 ‘생애 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생애 최초’라는 그 이름부터 속은 기분이었다.

생애 최초 특별공급의 자격은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혼인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자’로, 결국 미혼의 1인 가구는 아예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생애 최초’라는 말은 그저 달콤한 수식어에 불과했다.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노리는 것도 녹록지 않다. 높아진 집값에 전세난 확산까지 더해져 입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데다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진 소득 기준 탓에 자격 문턱을 넘어서는 것조차 어렵다.

이처럼 미혼 또는 비혼의 1인 가구는 사실상 각종 주택 정책에서 배제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들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공공임대주택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미혼자는 정부에서 받는 혜택이 없다’, ‘정부 정책만 놓고보면 미혼 1인 가구는 대놓고 소외시키는 것’이라는 등 자조 섞인 한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1인 가구는 전년도보다 57만4천741가구(6.77%) 늘어난 906만3천362가구로 사상 처음으로 9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9.2%로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비혼·만혼 증가와 저출생 심화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다.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결혼도 결국 내 몸 하나 누일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 때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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