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헌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안정헌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2021년이 시작됐다. 그런데 2020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8일 수도권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는 해를 넘기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돼 잠정적으로 1월 17일까지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 모두는 생활의 불편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연말연시 가족 모임조차 가질 수 없어 화상통화로 안부와 새해 인사를 전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2020년은 일상생활에서 ‘비대면’이라는 용어가 상식이 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아직은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심하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문화’ 부문일 것이다. 그나마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실시간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꽉 막혔던 체증을 달래주는 임시방편의 활력소가 됐다. 하지만 관객이 없는 객석을 바라보며 공연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화면이라는 거름막을 통해 실시간 공연을 봐야 하는 관람객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연자와 관람객은 단순히 주객의 관계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 공연을 완성해가는 동반자이다. 관객들의 박수와 반응은 공연자에게 큰 힘이 된다. 

2020년 11월 28일 미추홀구 학산문화원에서는 ‘제7회 시민예술창작축제 학산마당극 놀래’를 온라인 공연으로 개최했다. "문화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과정이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실천의 역동적인 혼합"으로 "사람들에게 시행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하는 바로 그것이다. 개별 인간이 모여 존재하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면, 상이한 문화가 생산되는 것"(존 앤더슨)이라고 했던가. 시민예술창작축제가 주는 감동은 바로 개별적인 주민들이 그들의 삶을 그들의 방식으로 직접 표현해낸다는 점이다. 

소리꾼 이일규의 진행으로 ‘학산어린이 노래단’의 ‘지금은 코로나시대’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1부 공연은 ‘인형의 꿈의 문학산 느티나무’, ‘학나래두드림의 니탓! 내탓!’, ‘다문화클로벌의 우리의 오작교는?’, ‘뉠리리야의 접촉 IN CORONA’ 등의 순서로 공연됐다. ‘학산어린이 노래단’의 ‘지국총’으로 문을 연 2부는 ‘시각장애인동아리 마냥의 코로나플랙스’, ‘불타는모난돌의 마음도 방역이 필요해’, ‘한결의 잘 지켜보세’, ‘캡틴걸스의 그날은 어제였다’와 ‘어수선의 호모 코로나쿠스의 탄생’의 순으로 진행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공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다. 기획 초청으로 ‘위로’의 ‘신고립무원’과 ‘더불어’, 그리고 주민들이 직접 참석한 ‘더불어, 우리’가 공연됐다. 3시간 정도의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2020년을 살아냈던 우리들에게 많은 위로를 주는 것 같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 공연 중에서 다문화클로벌의 ‘우리의 오작교는?’이 필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줬다. 

이미 언론에서 자주 언급됐던 ‘코로나 양극화현상’이 저절로 떠올랐다. 지금 우리에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공정한 대우가 필요한 것이다. 인천인들 스스로가 자주 인천을 정체성이 없는 도시라고 말하곤 한다. 필자는 감히 "인천은 이주(移住)와 이산(離散)의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개항과 해방, 그리고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민족수난기를 거치고 1970년대 조성되기 시작한 산업공단 등은 현재의 인천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시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인천으로 이주했는데, 거기에는 외국인들도 한몫을 차지한다. 

개항 초기부터 인천에는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이주 도시였다. 이제 이들 이주민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그에 대한 해답을 얻을 때에 비로소 비대면의 2020년을 넘어, 소통의 2021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창작예술축제 마지막 자막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삶은 관계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우리에게 힘이 되고, 그 힘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 힘이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준다는 것은 타인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선물함을 의미한다." 

- 마르틴 루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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