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인천 여성인물을 연구할 때 대상인물의 범주는 인천에서 출생, 성장, 활동, 사망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인천 출생이면서 타 지역에서 활동을 한 여성인물, 인천에서 출생하지 않았더라도 인천에서 활동했던 여성, 외국인이지만 선교나 교육을 목적으로 인천에서 활동했던 여성인물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포괄적 시각에서 여성들의 다양한 활동에 접근해 봄으로써 인천이 갖는 지역적 특징과 그 속에서 생활했던 여성들의 시대 인식이나 정체성을 보다 적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1883년 제물포가 개항되면서 기독교, 성공회가 모두 인천항을 통해 들어왔다. 천주교는 이미 이전부터 조선에 들어와 있었지만 인천에는 1889년 답동 언덕 위에 성당을 짓고 포교를 시작했다. 개신교는 1885년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인천항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감리교 내리교회 예배당을 1891년 건립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 역시 1890년 최초로 내동에 성공회 성당을 건립하고 포교를 서둘렀다. 

이와 관련된 많은 여선교사와 의료선교사, 수녀 등이 전교와 더불어 주일학교 교사, 보육원 등을 운영하고 여성 교인의 교세를 확장시켜 나갔다. 특히, 전근대시기 소외됐던 서민 여성, 남편이나 시집과의 갈등을 가졌던 여성들에게는 정신적 탈출구가 되었던 듯 전도부인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 당시 활동했던 여성들은 인천 출신(강화 포함)이 다수였지만 평양, 황해도 곡산, 해주, 강원도, 서울 출신이면서 인천에 시집왔거나 파송돼 전도활동을 했던 인물도 있다. 여성들의 종교에의 귀의는 근현대시기 여성 활동의 폭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다. 영화남여학당을 운영했던 내리교회의 백헬렌, 강세실리아, 1898년 조선 최초의 수녀로 서원을 받았던 박황월(사베리오), 훨씬 후대 일이지만 1970년대에 인천YWCA를 창립하고 그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했던 백경애도 그 사례이다. 

당시 종교 활동을 했던 여성들이 많았던 것은 기독교 수용지였던 인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종교적 수난을 당한 인천 여성인물들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천주교의 경우, 기해박해(1839)때 서소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한 양반 출신 김성임(마르타)과 심소사(바르바라), 순교 기회를 놓친 것을 괴로워하다 그보다 뒤인 1846년 9월 순교한 우술임(수산나) 등이 그들이다. 외국인 선교사로는 인천기독병원 간호학교 교수로 재직했던 미국 뉴욕 출신 왕매련(Marian Kingsley), 덴마크 출신으로 감리교 선교사로 파송돼 아동보건소를 개설하고 모자보건에 주력하면서 1931년 제물포에 현대식 건물의 부인병원을 개원했던 고수도(Bertha Alfrida Kostrup), 답동성당 내에 제물포 고아원을 열었던 클레망스(Marie Clemence Fontaine) 수녀와 율리엔느 수녀 등을 들 수 있다. 

제물포 고아원을 열었던 클레망스(제물포 수녀원장)수녀는 제물포의 가난한 이와 환자들을 보살피던 중에 길에 버려진 12살 난 여자아이와 4살 된 교우 여자 아이를 데려다 보살폈다. 이것이 1894년 제물포 고아원의 시작이었다. 율리엔느 수녀가 운영하던 1896년에는 확장해 390여㎡의 건물을 신축했고 1902년에는 144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이국땅에서 낯선 풍토의 적응도 어려웠고 제물포성당 신부 간의 갈등과 수녀원 내부의 각종 어려움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의 임종에는 그동안 보살핌을 받았던 제물포 조선인들이 참석해 크게 애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항기 인천에서 활동했던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자료도 인천 여성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사례 연구가 된다. 그들 대다수는 종교적 신념으로 선교를 위해 입국했던 여성들이지만 그들로 인해 근대로의 전환점에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경험했을 인천 여성들에게는 자아발견의 계기가 됐고 신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인천 여성들에게 종교는 전근대 여성 차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었고, 선교사를 통한 신식교육은 새로운 서구문화를 접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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