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파죽지세로 치솟으며 지난주 3000선을 뚫었다. 1980년 지수 100에서 시작한 지 41년 만에 30배 규모로 몸집이 불어났다. 급격한 비만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 장세는 기존과 다르다고 한다. 우선 어느 일방이 아닌 개인과 기관, 외국인이 함께 지수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개인은 4일(1조310억 원)과 6일(1조7천293억 원), 기관은 7일(1조339억 원), 외국인은 8일(1조6천479억 원)에 순매수하는 식이다. 대형주 쏠림 현상도 기존과 다른 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네이버, 카카오, SK이노베이션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급등하며 상승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거품을 논하기엔 준비된 탄환도 많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 지표로 사용되는 투자자 예탁금만 7일 기준 69조여 원에 달한다. 어찌 됐든 시중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건 권장할 만한 일이다. 증시는 물론 공모주 청약과 장외주식 거래까지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경기회복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실물경제와의 괴리다. 가계·기업·정부 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경제주체의 기초체력이 허약해졌고,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실물경제도 쪼그라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만 홀로 활황 장세를 이어가는 건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고금리 빚투가 늘어나는 것도 찜찜하다. 유가증권 신용거래 잔액이 20조 원,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46조8천억 원대에 육박한다. 복불복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상승장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라 걱정스럽다. 지난주 세계은행(WB)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며 경제위기 장기화를 경고했다. 백신 접종이 지연될 경우엔 기업·정부의 재정 악화로 채무불이행이 급증하면서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아무리 유동성이 풍부하고, 동학개미군이 단결한다 해도 코스피는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원칙과 정석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과 노동·규제개혁을 외면하지 말고, 기업은 경쟁력 제고와 수입선·공급선 다변화에 역량을 집중하며, 가계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를 줄여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자기 책임하에, 장기적 안목을 갖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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