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팬데믹(pandemic)’을 나타내고 있는 ‘코로나19’가 좀처럼 종식될 기미를 나타내기는커녕 ‘신종 변이(變異)’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에서 "자유민주 가치와 동맹"을 중요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일이면 공식으로 출범하게 된다.

4년 남짓의 기간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면서 동맹을 돈으로 생각하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간헐적으로 주창해 왔던 트럼프 행정부가 역사의 뒷무대로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관계는 물론이고 미·중, 미·러, 미·EU 등의 관계 변화도 점쳐지고 있다. 

바로 이런 가운데 집권 10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 정권은 지난 1월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제8차 당대회를 통해 헌법보다 우위(優位)에 있는 ‘조선로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공화국 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하는 가운데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과 우리의 태도 여하에 따라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내외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당초 이 대회 개최 시점은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1.8)을 전후한 기간으로 예견됐으나, 이보다 빠른 5일부터 12일까지 무려 8일에 걸쳐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총화보고’를 통해 남북한 관계의 경색 책임을 우리 측에게 일방적으로 전가(轉嫁)하면서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남북 합의 준수, 남북 관계 복원(復元)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남북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가까운 시일내에 "남북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것"이라 했다.

이런 언급은 우리 정부의 "선제적인 정치군사적 대북정책 전환 없이는 대화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인 동시에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킨 것"은 미국과의 ‘북핵문제 해결’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이 사업을 매개로 한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가’로 인정해 주지 않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대남 및 대미정책은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초대형핵탄두, 사정거리 5천㎞ 타격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해 어떻게 반응하느냐 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당대회에서는 5년 만에 다시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김 위원장이 신설된 ‘당 총비서’직에 추대되는 가운데 그의 최측근인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인 조용원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보임됐다. 그런가 하면 여동생인 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 및 당 부장직에서도 이름을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위상이 바뀌었으며, 당 부위원장 박봉주 역시 권력핵심 요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가 하면 대남 강경파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당 부위원장 김영철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는 당 중앙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降等)됐다. 

이런 인사개편 의미는 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 위원장은 ‘당 수반’으로서 자신의 돈독한 입지를 구축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으나,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국제적 대북제재와 자폐적 ‘코로나 봉쇄상황’에 직면해 북한 스스로가 "혹독한 격란, 전대미문의 고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難局)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올 한 해는 더더욱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이런 북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욱 배가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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