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 위치한 광교공원의 정자에 노숙인들의 짐이 널브러져 있다.

수원지역 공공시설들을 무단 점유하는 노숙인들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수원시에 따르면 분기별로 노숙인이 자주 머무르거나 발견되는 장소를 확인하는 집계조사를 진행 중으로, 현재 파악된 수원지역 노숙인은 98명(지난해 11월 기준)에 달한다. 시는 ‘아웃리치 활동(Out-Reach·지역주민에 대한 기관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노숙인이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된 곳에 대해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순찰을 실시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노숙인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지역 내 보호시설의 입소 가능 여부를 파악하거나 입소 희망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는 등 입소를 적극 연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원시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숙인들이 이불이나 옷가지 등 개인 물품으로 공공시설을 점유하면서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장안구 연무동에 위치한 광교공원의 한 정자에는 노숙인들의 물건인 듯한 종이상자와 이불, 옷가지 등으로 잠자리가 만들어져 있어 시민들이 피해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확인됐다. 정자 내부에는 컵라면 그릇이나 소주병 등 생활쓰레기가 널브러진 채 악취가 나고 있었지만 치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근 반딧불이화장실에서는 노숙인 1명이 자신의 짐을 담은 백팩과 비닐·종이봉투를 화장실 인근 의자에 잔뜩 올려놓은 채 마치 이를 지키듯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숙인은 "시설에 입소하면 재활을 해야 해 들어가기 싫다"며 "날이 추워지면 알아서 고시원을 구해 들어갈 테니 관심 갖지 말아 달라"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시는 동사 위험이 있는 겨울철의 경우 해병대전우회 등 시민 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동절기 순찰을 이어나가면서 구호물품이나 방한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노숙인들이 시설 입소를 원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노숙인들은 매일 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대상"이라면서도 "시설 입소나 고시원 이용에 대해 안내했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손쓸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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