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프카니스탄 출신의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수드 하사니(Massoud Hassani)는 마인 카폰(Mine Kafon)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대나무와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해 만든 지뢰(Mine)를 폭발(Kafon)시키는 둥근 공이다.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바람이 많은 아프카니스탄 현지 사정을 감안해 만들었기 때문에 들판에 굴러서 어딘가에 숨어 있을 지뢰를 찾아 터뜨리는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이 공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아프카니스탄에 묻힌 지뢰는 1천만 개에 해당하며 1만여 명에 이르는 사람이 500m 이내에 지뢰가 묻힌 지역에서 살았던 것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실제로 아프카니스탄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지 못하는 곳이 많다. 또 UN 구호 식량 보급 박스들이 들판 여기저기에 무차별적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마수드 하사니는 어릴 적 갖고 놀던 바람에 날리는 모빌에서 착안해 디자인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마인 카폰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Every Life Counts)"라는 신념으로 이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공부가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어 낸 아름답고 선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다. 

2020년, 1년 동안 코로나19로 학교가 멈춰서고 일상적인 공부에서 벗어나면서 우리는 생각에 잠기게 됐다. 내가 또는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나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말이다. 

왜 그래야 할까? 그것은 나와 우리가 하는 선택과 결정은 이 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구촌이라는 한마을이 돼 살아가는 오늘날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면서 모든 것이 초연결(hyper-connected) 상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내가 산 물건, 내가 타는 차, 내가 쓰는 전기가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기도 하고 역으로 나의 선택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공부는 어떤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그리고 우리의 삶은 우리 모두의 선택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오지선다형 속에 정답이 있다고 배우는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 속에서는 학생들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심장박동조차 억눌러야만 한다. 우리 청소년들의 멈춰버린 심장은 연쇄적으로 세계를 정지시키는 기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청소년에게 급변하는 세계의 불완전하고 미완성적인 부분을 창조적으로 메워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부여야 한다. 

인간은 세계와 소통하며 삶을 창조해야 하는 존재다. 이를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며, 우리 안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引出) 것이다. 그러므로 주어진 것을 잘 이해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세상의 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되,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고자 하는 삶에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를 망치의 철학자 니체(Nietzsche, Friedrich Wilhelm 1844~1900)는 자신의 실존철학으로 발전시켰다.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은 존립해야 한다. 즉, 공부란 내 삶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상의 혁명이어야 한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일 때 비로소 빛이 난다. 왜냐면 자유 속에서만 창의성이 계발되기 때문이다. 더 나은(better) 세상을 향해서 끝없이 혁명을 시도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자유이다. 그 자유를 온전히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살아갈 때 모두에게 이로운 삶의 혁명이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곧 교육의 역할이다. 그래서 교육은 곧 삶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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