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0.5%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공업제품 및 전기·수도·가스 요금 하락으로 0.1% 내렸다. 이 정도면 살림을 꾸려가는 데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다른 현실이 보인다. 주식인 쌀값이 11.5%, 식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이 9.7% 올랐다. 국민이 애용하는 돼지고기(16.1%)와 쇠고기(10.7%),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10%)은 더 가파르게 올랐다. 

기름값도 심상치 않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천430.1원으로 7주 연속 상승세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이다. 지표와 현실, 모두 처참하다. 특히 작금의 집값 상승은 소유 여부로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전체 889만 무주택 가구에게 (전월세 상승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5.36%, 아파트 가격은 7.57% 올랐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의 중위 전셋값은 임대차법 시행 전에 비해서 21%(KB국민은행 월간동향)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 21%는 법 시행 이전의 ‘5년 치 상승분’에 해당된다. 물론 먹거리, 기름값, 주거비와 같은 ‘생계 필수형 물가지수’가 급증하더라도 그만큼 가계소득이 증가한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고는 덜할 지 모른다. 하지만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도 악화일로다. 통계청(작년 5월 기준)에 따르면 국민의 49.7%가 일자리를 잃거나 무급휴가 또는 임금이 줄어든 상태를 경험했는데 이것도 여성과 20대 이하, 임시직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인상도, 소득악화도 결국은 다수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더 넓고 강하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민생고를 개선하려면 국정 목표를 ‘경제 안정’에 둬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3년 반 동안 당정청이 주도해온 국정 운영은 무슨 무슨 청산, 무슨 무슨 개혁 등 경제 안정과는 무관한 이념적·정치적 어젠다가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정국을 주도하고 의석수와 지지율도 높게 나왔을지 모르나, 민생은 외면당하고 희생됐다. 이제 현 정권이 위기에서 탈피하고 성공한 정부로 남을 수 있을지 결정할 마지막 해가 시작됐다. ‘무엇이 중한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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