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최근 서울중앙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가습기 살균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최근 서울중앙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일가족이 13년째 죽을 고비에서 싸우고 있는데 무죄라니, 하늘이 무너집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14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지난 12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대표 및 임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이후 피해자 중 한 명인 수원시 영통구 거주 김선미(37)씨를 만났다.

김 씨를 비롯한 일가족 4명은 2008년 수원의 한 대형 마트에서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구매해 1년가량 사용하다 가족 전원이 호흡기질환과 천식 등의 피해를 입어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제품에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이들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은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등 관계자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당시 가장 가까이에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던 첫째 아이는 가습기메이트 사용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고열을 동반한 상세불명의 폐렴 증상이 나타났다"며 "이후 열경련까지 지속돼 3살 무렵부터 6살까지 응급실을 30회, 병원 입원을 8차례 하는 등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았다"고 호소하며 이번 무죄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첫아이가 아직도 습관성 폐렴과 함께 천식 증상으로 힘들어한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폐쇄성 환기장애의증 소견까지 나와 추적치료까지 병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이다.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당시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발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2심에서는 올바른 판단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인데 무죄를 받았다"며 재판부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경기도에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김 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지난해 말 기준 1천292명에 달한다. 하지만 도와 시·군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재 보건복지부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도 차원에서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사업을 홍보하는 것 외에 별도로 지원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ky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