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석 한얼종합건설(주) 대표
한노석 한얼종합건설(주) 대표

얼마 전 산업단지 내에 공장을 마련하고 입주한 중소기업 대표를 만났다. 축하 인사를 끝내자마자 건설과정에 대한 고충을 털어 놓는다. 건설회사가 왜 그래, 건설 전문가들이 설계도면을 확인하고 견적을 냈으면서도 공사가 시작되니까 뭐가 누락됐고, 뭐가 잘못됐고, 뭐가 모순돼 있다며 설계변경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현재 건설의 가장 큰 문제는 추가비용이다. 추가비용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뭘까? 첫 번째 원인은 계획적 기준 부족이다. 우리가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건축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다시 말해 설계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설계는 먼저 건물 규모와 구조, 기능에 대한 계획적 기준을 결정한 후 다시 설계도면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서 완성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한정된 시간에 모든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계획 일부가 누락되거나 잘못되거나 모순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일부 누락되고, 잘못되고, 모순될 수 있지 않겠냐. 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계획적 기준이 부족해지면서 추가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건축적 기준 부족이다. 우리가 계획한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건설업 면허를 갖춘 건설회사와 공사계약을 한다. 이때 여러 가지 계약조건과 도면, 시방서 그리고 내역서 등 계약서류를 챙기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계약서류에 건축적 기준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건축 품목과 품질, 자재에 대한 기준이 대부분 빠져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건축적 기준이 계약서류에서 빠져있다 보니 시공과정에서 건축주와 시공자 사이에 품질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고, 이것이 결국 갈등이나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건축적 기준이 부족해지면서 또 추가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럼 갈등이나 분쟁을 발생시키는 추가비용을 없앨 수 있을까? 

두 가지만 바꾸면 된다. 첫째 건설구조를 바꾸는 거다. 현재 건설의 3대 협력 관계자는 건축주와 설계자 그리고 시공자다. 이들의 역할은  건축주는 건물에 대한 기본적 사항을 구상하고, 설계자는 이 구상을 갖고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시공자는 건축을 맡아서 하는 분업구조다. 그런데 분업구조에 문제가 있다. 분업구조에는 계획단계에 시공전문가가 빠지면서 계획상 시공 결함을 미리 제거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이 결함이 시공과정에서 발견되면서, 재시공 추가 시공을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가 협력하며 건물 규모와 구조, 기능에 대한 계획적 기준을 정할 수 있는 협업건설 구조가 제격이다. 그래서 건설구조를 분업에서 협업구조로 바꾸자는 거다. 둘째 건설 방식을 바꾸는 거다. 우리는 지금까지 설계가 끝나면 바로 시공하는 단수형 방식으로 건설을 해 왔다. 다시 말해 건물 규모와 구조, 기능에 대한 계획적 기준만 갖고 시공을 한 것이다. 그런데 단수형 방식에 문제가 있다. 단수형 방식에는 건설단계에 건축적 기준이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건축의 품목과 품질, 자재에 대한 검토가 부실해지고, 결국 이 부실이 시공과정에서 발견되면서 재시공 추가 시공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설계가 끝나면 모의건축을 통해 건축 품목과 품질, 자재에 대한 건축적 기준을 정한 후 시공하는 복수형 건설방식이 적합하다. 그래서 건설방식을 단수형에서 복수형으로 바꾸자는 거다. 이렇게 하면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가 협력하게 되고, 부족한 계획적 기준과 건축적 기준을 모두 갖추게 된다. 따라서 재시공, 추가시공이 없어지면서 추가비용도 없어지고, 나아가 갈등이나 분쟁도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시스템 혁신건설’이다. 우리는 그동안 결과만을 우선시하며 짓기만 하는 건설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과정을 중요시하며 추가비가 없는 건설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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