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한국도시농업관리사협회 중앙회장
박진호 한국도시농업관리사협회 중앙회장

주위를 둘러보면 남녀노소, 매체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은 과히 먹방의 시대입니다. 먹방의 시대에 가장 유행하는 말 중 하나가 ‘겉바속촉’입니다. ‘겉바속촉’은 TV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퓨전 사극에도, 유튜브, 먹을거리 광고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제는 잘 알려진 일반단어가 됐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라는 줄임말의 신조어입니다. 먹음직한 프라이드치킨이나 튀김류처럼 겉은 튀김옷으로 인해 바삭하지만 속은 육즙을 담은 고기가 촉촉한 식감을 자랑하기 위한 식감 표현입니다.

겉과 속이 달라서 그 기능을 장점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의 겉바속촉을 인간에게 비유하면 ‘외강내유(外剛內柔)’가 될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강해 보이지만 실제 속내는 몹시 여린 사람에게 쓰입니다. 겉은 촉촉하고 속은 바삭한 ‘겉촉속바’ 인간형인 외유내강(外柔內剛),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나 속은 곧고 꿋꿋하다는 사자성어일 것입니다. 즉 ‘겉바속촉한 음식’을 먹는 ‘외유내강의 인간’이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겠습니다. 외유내강형 인간은 평소에는 만만해 보일 만큼 여리고 약하지만, 내면에 잠재된 강인함을 가진 존재이고, 겸손함과 매너를 갖추면서 소신 있고 지혜로운 존경받을 만한 ‘이상적인 인간상’의 존재입니다. 

겉바속촉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화된 음식 조리 과정에서 이뤄지듯, 외유내강 인간형도 많은 시간 심신의 수양 과정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외유내강은 살아가면서 강해 보일수록 약하고, 약해 보일수록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강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그렇게 행동을 한다면, 상대방은 그런 행동을 보며 우리를 나약한 사람으로 평가하기 쉽습니다. 상대방의 인정을 요구하고 갈망하는 마음이 클수록 이러한 마음을 받을 가능성은 작아집니다. 

그 외유내강을 표현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의 세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타인을 다스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내면의 압박감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방해하는 행동을 저지르게 됩니다. 학생들과 대중 앞에서 강의하는 직업으로 어떤 강의는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마음속에 수강생의 태도와 환경을 탓하려는, 또는 그리해야지 한편의 위안이 될 때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강생 태도가 원인이었지만 수강생을 대하는 저의 태도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은 우주천하 만물에 스스로의 존재를 선보이는 일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말, 글의 언어 이외에도 표정, 눈빛, 제스처, 태도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로 알면서도 행동화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가장 큰 외유내강의 성공 요인은 실력이 아니라 태도로 기인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외유내강의 표현 능력이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식물도 그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체적 언어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내유외강의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한 식물체 내에서 뿌리와 지상부에서 서로 긴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른 개체들과도 끊임없는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고등식물은 광합성에 의해 영양분을 만들기에 잎들이 햇빛을 받기에 다양한 포즈를 취해가며 최선을 다합니다. 식물들의 생존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참나무과나 소나무과 식물들은 서로의 몸이 닿지 않도록 서로 조심합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 들어가 하늘을 바라보면 개체별로 영역이 있다는 걸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공간을 독립적으로 지켜주고 타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생존의 중요한 현장이라 하더라도 외유내강의 협약은 지켜집니다. 

우리는 가깝다는 이유로 편안한 대상이라는 이유로 너무도 싶게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상대공간의 침범을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삭하고 달콤한 튀김을 먹으며 우리의 외유내강을 생각하는 신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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