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사)인천행정동우회 정책기획분과위원장
최계철 (사)인천행정동우회 정책기획분과위원장

향원(鄕原)을 사전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기 위해 여론에 영합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지탄을 받아야 하지만 발견하기가 어렵다. 장자의 양왕(讓王)편에는 "대체로 세상 평판을 바라 행동하고, 친한 자를 모아 붕당을 만들며, 학문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힘쓰고, 남을 가르쳐 자신에게 이익을 꾀하며, 인의의 간판을 내세우며 나쁜 짓을 행하고, 자기가 타고 다니는 가마를 꾸미는 일 등은 나는 차마 하지 못한다"라고 했고, 논어의 양화(陽貨) 편에는 "군자는 사람의 악한 것을 드러내는 자를 미워하며, 하류에 거하여 윗사람을 비방하는 자를 미워하며, 용맹하나 예가 없는 자를 미워하며, 과감하나 통하지 않는 자를 미워한다"락 했다. 

맹자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 세상 사람이 돼서 세상 사람들이 좋다고만 하면 된다며 심하게 세상에 아부하는 자 이가 곧 향원(鄕原)이다. 공자가 "향원(鄕原)을 미워하는 것은 그가 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다"라고 했다. 덧붙여 공자는 내 집 앞을 지나면서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자는 오직 향원뿐이다. 향원은 덕(德)을 해치는 자이다. 그를 비난하려 들면 이것이라 지적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고 해도 풍자할 거리가 없다. 

유속(流俗)과 동조하고 비루한 세상 인심에 합류하고 유덕한 양 가만히 있는 모양은 충직하고 신용 있는 것 같고 행동하는 것은 청렴결백한 것 같아서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 자신도 그 방법과 같이 사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데 그런 사람과는 요, 순의 도와 함께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덕을 해치는 자라 한다. 

정약용의 시에도 향원이 나온다. "- 봉황은 깃털이 약해/가시나무에 깃들이지 못하나니/아쉬운 맘 한 줄기 바람 타고서/멀리멀리 서울을 떠나고 싶네./떠도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머물러 미련을 두어도 소용없기 때문./ 대궐 문은 포악한 자가 지키고 있으니/무슨 수로 나의 충정 아뢰리./옛 성인 훌륭한 말씀에/향원(鄕愿)은 덕의 적이라 했지."(서울을 떠나고 싶네)

대충 살펴봐도 고전에서 경계하는 간신(奸臣)들의 행태와 겉으로는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사이비(似而非)로서 미워하고 경계해야 할 사람이 바로 향원(鄕原)인 것이다. 향원은 자기중심적이다. 선(善)을 가장하고 있다. 명예욕이 강하다. 패거리를 잘 만든다. 배타적이다. 자기에 이익이 되면 적극 나선다. 아부를 잘한다. 겉과 속이 달라 본심이 안개처럼 가려져 있는 향원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에 따라 이런 행태를 아주 은밀히 저지른다. 

처세에 약삭빠르게 적응해 비난하거나 풍자하려 해도 약점을 잡히지 않는다. 권력과 이욕에 부화뇌동해 명예와 실리를 챙기면서도 겉으로는 신의와 청렴, 결백을 가장한다. 간신이 군주나 권력자의 주변이라는 일정한 활동 공간이 있다면 향원은 어디에든 존재하는 인간이다. 성인, 현인, 군자, 소인, 광자, 견자를 거쳐 가장 하위로 비난 받아야 할 향원이 조직에 있다면 그의 관심은 오로지 빠른 승진과 남들이 부러워하는 보직뿐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전혀 그런데 관심이 없는 척하고 무시하는 척한다. 

그러나 누가 어디 출신이고 누구와 친하고 몇 년생이고 하며 경쟁자의 인적사항을 훤히 꿰고 있으며 관심과 대화의 주제가 거의 그런 것이다. 그는 불현 중 권력자와 인연이나 총애를 받고 있음을 과시하고 권력자의 측근들과 결탁해 끈끈한 관계를 중시 여긴다. 보통 부하에게는 잔인하고 엄하면서도 권력자나 그 측근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저자세이다. 

권력자의 우습지도 않은 말에 박장대소하고 권력자나 측근이 주장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비위를 맞춘다. 또 무리를 만들어 자기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고 부정을 서로 감춰주고 이로운 것을 나눠 갖고 세력을 형성해 그것을 자신을 보호해주는 무기로 삼는다. 정작 스스로는 조직 발전을 위해 아무 일도 안하면서도 업무와 사람들을 평가해 재단한다. 성실하고 재능이 있는 자를 모함하고 자신과 뜻이 다른 자를 혹평한다. 그런 자들이 많을수록 그 조직은 썩는다. 그런 조직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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