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 대리
박지혜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 대리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은 악마와 천사 사이에 있는 존재라 했다. 인간은 신과 악마, 천사와 짐승의 중간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도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절반은 천사, 절반은 악마가 있어서라는 것이 이유이다.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도 마찬가지이다. 방심한 순간 교통사고의 가해자로 도로 위 악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교통사고 위험은 더욱 커진다. 매년 겨울철만 되면 빙판길로 인한 대형사고가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많은 눈이 내리는 날에는 운전자가 도로면이 미끄러움을 인지하고 서행 운전을 한다. 하지만 눈이 녹은 후 주의운전을 소홀히 해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그늘지고 응달진 도로에서는 눈이 녹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아이스(black ice: 도로 살얼음)’가 생기게 된다. 

지난해 12월 상주~영천고속도로 서군위 나들목에서 44대가 추돌사고를 일으켜 7명이 숨지고 32명이 부상을 당했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지점은 3년 동안 교통사고 인명 피해가 1건도 없던 곳이었지만, 블랙아이스로 대형사고가 벌어졌다. 도로를 덮는 살얼음은 얇고 투명한 탓에 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실제로 도로에 쌓인 눈이 얼어붙는 시기에 발생한 사고의 치사율은 화창한 날씨는 둘째치고 눈이 내리는 날씨보다도 3배 이상 높다. 

블랙아이스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는 도로 터널 입구 및 출구, 그늘이 있는 도로, 고가도로 직후, 바람이 많이 부는 다리 위, 습도가 높은 저수지 및 해안도로, 교통량이 적은 골목길 등이 있다. 블랙아이스가 생기는 시간은 기온이 가장 떨어지는 밤이나 새벽시간이다. 만들어진 블랙아이스는 기온이 떨어진 낮 시간대에도 존재한다. 

운전자 스스로 겨울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앞 차와 간격 평소의 2배 이상 유지, 차량이 미끄러질 때는 핸들을 움직이지 말고 방향 전환하지 말기, 급출발 및 급정거 금지, 특히 사고가 가장 빈번한 오전 8~9시 출근길은 공기 온도가 도로 표면보다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제동거리는 평소 도로 노면의 14배 높고 조향능력은 떨어져 교통사고 확률이 급증하기에 빙판길에서는 충분한 감속과 방어운전이 필요하다. 차량 관리는 겨울철 스노타이어와 스프레이 사용, 주기적인 새 타이어 교환 등 타이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고, 겨울철 도로 주행 시 블랙아이스의 위험성을 항상 염두하고 주의사항을 숙지해 운전한다면 블랙아이스의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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