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동물보호의 날’을 맞아 도계장 앞에서 "닭을 죽이지 말라"며 장시간 점거 농성을 벌인 동물권 보호 활동가들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7부(김형식 부장판사)는 21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과 같이 이들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기업형 축산 및 도축 시스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려는 행위 자체는 인정된다"면서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의사 표현 행위가 법질서상 용인되지 못할 정도라면 업무방해 혐의에 해당한다"고 항소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위법하거나 반사회성을 띄어 헌법상 보호 가치가 없다고 볼 수도 없으며, 특히 피고인들은 영업장 인근에서 구호를 외치는 의사표현에 그치지 않고 영업장 앞에서 4시간 동안 몸으로 출입구를 막는 등 업무 자체를 방해해 발생한 피해를 도계장이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고,자신들의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 다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지 않다. 원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2019년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용인시 한 도계장 앞에서 200㎏ 상당의 콘크리트가 담긴 여행용 가방에 자신들의 손을 결박한 채 도로에 드러누워 생닭을 실은 트럭 5대의 통행을 가로막고, "닭을 죽이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4시간 이상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사건 당일 세계 각지에서 비폭력 직접행동 동물권 활동가 네트워크인 ‘디엑스이’(Direct Action Everywhere)가 진행한 ‘글로벌 락다운(Lockdown·도살장 등을 점거해 업무를 중단시키는 직접행동)의 일환으로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들은 재판이 끝난 뒤 "오늘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예상한 수준"이었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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