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부동산정책을 펼칠 때마다 더 올라갔다. 서민은 꿈을 꿀 수 없는 가격이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다. 내가 사는 집은 가격이 오르지 않는데 서울과 근교, 심지어 제주도까지 마구마구 오르고 있다. 자신이 노력해서 큰 집으로 이사하고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집을 팔고 나면 이사 갈 곳이 없다. 집을 줄이거나 도시를 떠나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집을 많이 가진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공정하지 못하게, 남들보다 편법으로 남보다 많이 가졌다면 그것이 불공정이다. 1가구 2주택자가 늘어나서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닌데, 정책 입안자가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자기가 노력하고  아끼고 저축해서 많이 가졌다면, 그들에게 격려와 칭찬이 돌아가야지 어째서 그들이 나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세금 문제도 집값이 올라서 세금 내느라고 그 집을 팔아야 한다면(그 동네에서 오래 살면서 나이 든 노부부라 하자) 소득도 없는 노부부가 자식에게 손 벌릴 수도 없고, 세금을 내기 위해서 집을 팔고 이사를 해야 한다면? 동네는 삭막해질 수 있다. 그것 또한 부동산정책 입안 시 고민해야 할 사항이고, 집에서 살되 세금을 내는 방안이 강구돼야지 무조건 얼마 이상은 종부세를 더 내야 하고, 집 담보로 대출도 막고 이게 무슨 깡패 나라도 아니고, 정책 입안자들이 무슨 생각에서 집값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장관이 모르면 실무자에게 물어보고 듣고, 시간이 없으면 참았다가 숙려(熟慮)된 정책으로 발표를 해야 한다. 실무자가 고민하고 정리할 시간도 안 주면서, ‘무조건 만들어서 발표하자’라고 하면 그 또한 ‘갑질’이 된다. 집은 우리가 가족과 쉴 공간이고 주거 공간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재테크와 증여’ 수단이 됐다. 사실 월급을 모아서 저축하고, 청약적금 넣어서 집을 사는 것은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 어느 정부부터 잘했다, 잘못했다가 아니라 접근방식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냉온탕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경제원론의 ‘수요와 공급’만 읽었어도 엄한 부동산정책은 나올 수 없다. 그래 놓고 아무 죄책감 없이 국민을 사랑한다는 입바른 소리를 하며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단체장으로 나선다. 그러다 다시 장관으로 오가며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빠 찬스도 없고, 엄마 찬스도 없는 사람들이 국민이다.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값이 3.3㎡당 4천만 원이 넘었다. 서울에서 66㎡가 55억이라는 뉴스를 보고 절망감이 밀려온다. 

아파트 공급을 늘린다고 그린벨트까지 해제해서는 절대 안 된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면서 나무 숲을 없애서 주택을 짓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접근 방법이 틀렸다. 청년주택이 왜 안되는지, 왜 주변에서 반대하는지를 고민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次善)으로 가야지. 어찌 돈키호테식으로 막무가내 엉뚱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부동산정책인지도 그것이 알고 싶다. 

어떤 이의 희생으로 지켜온 그린벨트가 엄한 정책으로 없어진다면 환경을 아끼는 많은 사람과 후손에게 무엇으로 물려줄 것인지도 고민하자. 3.3㎡당 4천만 원이라면 66㎡ 아파트를 마련하는데 8억이 들고, 청년들의 평균 연봉으로는 언제 집을 마련할지 두려운 것이다. 그러니 결혼 못하고, 아이를 날 수 없고 그래서 인구절벽으로 가는 것이다.

세금으로 잡겠다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청년과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주택정책을 기대해 본다. 주택 가격이 올랐으니 무조건 얼마 이상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종부세 문제, 종부세 무서워서 파느니 차라리 자식에게 물려 주는 증여가 증가하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

이게 무슨 깡패 나라도 아니고 정책을 하는 사람들의 머리엔 무슨 생각으로 가득한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시장에 나오는 매물보다는 증여와 같이 물려주기 거래가 늘고 있다. 돈키호테식 부동산정책은 그만하고 주택수요를 주택공급이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나 집을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 된다면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된다. 그러면서 공정을 이야기한다면 나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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