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115분 /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위태로운 세 자매가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한자리에 모이고, 말할 수 없는 기억의 매듭을 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세 자매는 각기 다른 환경 속 인물이다. 둘째 ‘미연’은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하는 중산층 여성이고 첫째 ‘희숙’은 작은 꽃집을 운영하며 늘 ‘미안하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셋째 ‘미옥’은 아들이 있는 남자와 결혼해 장사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극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들이 처한 환경은 모두 다르지만, 각자의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로 관객에게 세 자매가 우리 주변에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의 이승원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세자매’는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배우 문소리가 초고를 본 상태에서 작품에 빠져들어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시네마 프로젝트 2020 선정을 비롯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 부문에 초청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세자매’에 함께 출연한 것을 두고 ‘센 언니 케미’로 수식하는 문구와 평가들이 압도적이다. 정말로 이 세 명이 뭉치면 세상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영화 속 실상은 함께였을 때 겪은 세상이 무서워 그것이 트라우마가 돼 같은 자성을 띠고 서로를 밀어내듯 흩어져 데면데면 지내고 있다. 각자의 방어기제를 갖고 겨우 세상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호감이라고는, 심지어 동정심이라고는 하나 생기지 않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한 가득이어도 카메라가 밀착해 비추는 인물의 구도에서 빠져나갈 구석이 없어 보인다. 미옥의 무례함과 미연의 가식, 희숙의 비상식적 자기 비하를 그대로 견뎌내야 한다. 이들에게서 카메라가 일정 거리를 두고 빠질 때가 있기는 한데 미옥과 미연이 폭력적이거나 희숙이 굴욕적인 상황을 당할 때다. 더는 견디기 힘들어 세 자매를 피해 어서 이 자리를 뜨고 싶다는 뒷걸음의 의미다. 관객의 시점을 대신하는 카메라가 그럼에도 이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희숙과 미연과 미옥이 보이는 안하무인 격이고, 파괴적이고, 가학적인 말과 행동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존재해서다.

 ‘세자매’는 가까운 상영관에서 27일부터, 영화공간 주안에서는 28일부터 상영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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