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은 정성들이 하나 둘 모이면 코로나19를 비롯한 어려운 일도 함께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인천 서구시설관리공단 주차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손수자(55)씨는 숨겨진 기부천사다. 흔히 주차요원으로 불리는 일을 하면서도 6~7년 전부터 서인천장학회에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하면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손 씨는 자신의 기부행위가 누구에게도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려운 이들에게 풍족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돈을 기부하지 못했다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그가 기부를 시작한데는 어려웠던 시절, 이제는 청년이 된 두 아이가 받았던 도움을 자신에서 멈추지 않고, 누군가에게 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손 씨는 떳떳한 직업을 갖게 된 후부터 늘 기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 누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서인천장학회 김용식 회장을 알게 된 후부터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

그가 기부를 위해 돈을 모으는 데는 나름 원칙이 있다. 월급이나 저축에서 한 번에 빼 내는 것이 아니라 외식을 줄이거나 쓸데없는 비용을 조금씩 줄여서 모은 돈을 1년에 두 번 기부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계좌로 이체했으나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기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김용식 회장에게 인사도 할 겸 서인천장학회 사무실을 직접 찾아 성금을 전달한다.

손수자 씨는 "제가 적은 돈이지만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부유하거나 또는 넉넉해서가 아니라 작은 정성이 모이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참여하고 있다"며 "이제는 마음도 더 넉넉해지고 사는 게 더욱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 씨에 대해 서인천장학회 김용식 회장은 "부유한 사람에게는 아주 보잘 것 없는 돈일 수 있지만 박봉을 쪼개 기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진짜 누구의 기부보다 더 고맙고 대단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손 씨는 지난 2003년부터 주차매니저 일을 시작해 벌써 18년째 경력의 베테랑이다. 중간에 동네일을 보느라 잠깐 쉰 적은 있지만 주차매니저는 손 씨에게 천직이나 다름없다. 손 씨의 일터는 거리의 노상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 등으로, 손바닥만한 정산부스가 그의 사무실이다. 하지만 손님을 맞는 그의 얼굴에서는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 여유는 이웃을 사랑하는 이들 특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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