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청평 안전유원지, 강변가요제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오프라인 관광산업 시대에는 여가 시간을 즐길 만한 수단이라고는 티브이와 라디오가 전부였다. 

정보통신 수단 역시 유선 전화기뿐이었다. 공무원 초년병 시절, 설거지와 청소를 마치고 난 아내는 세탁물을 잔뜩 담은 ‘고무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동네 빨래터에 나가 손방망이질을 하며 외동딸 선이의 기저귀와 두툼한 작업복을 빨아 오곤 했다. 그 시절 경제적으로 빈약했던 보통의 주부들은 그런 방식으로 이웃과 함께 일과 여가를 즐겼다. 오늘날에 와서 그 시대를 ‘7080시대’라고 명명하고 있다. 

세계경제 주도권 경쟁을 기반으로 탄생한 IMF 금융 시스템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직장인들을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지식 정보 시대로 편입시켰다. 그러자 노동 형태는 육체 노동에서 탈피해 두뇌노동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디지털 첨단 가전제품이 대량 생산되고 스마트 기기가 혁신적으로 개발되면서 육체적 노동은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랬던 시대를 학자들은 ‘3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명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노동형태의 변화에 기준을 두고 발생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혁명,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기반으로 하는 대량생산,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이라는 정보혁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바야흐로 주부들의 가사 노동이 첨단 스마트 가전제품에 의해 수행되고,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주부들은 여가를 만끽하게 됐다. 우후죽순으로 창업하는 커피전문점도 이런 주부들의 여가활용 동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렇듯 디지털 인공지능을 장착한 ICT 첨단 가전제품이 널리 보급되면서 노동 감소라는 긍정적 현상이 나타났지만, 대신 여성들이 산업전선에 대거 포진하게 됐다.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첨단 스마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은 역설적이게도 가사노동을 감소시켜 주는 대신 다른 노동을 가중시키는 주범이 됐다. 가사노동 대신 다른 일을 더 해야 하므로 결국 노동력과 노동시간 총량은 증가하는 부정적 그림자가 생긴 것이다. 

돌이켜 보면, 국가적 일상 경제를 부정적으로 바꿔놓은 IMF 경제대란 이후 디지털 지식정보 혁명과 함께 우리 곁을 파고 든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 때문에 정신노동은 얼마나 급격하게 증가했던가? 이제 정신노동은 사사로운 생활공간까지 더 넓고 깊게 퍼져 있어서 지금 일을 하는 시간인지 여가 시간인지 구분을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ICT 전문인력 노동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되고, 기술마저 갖지 못한 부류는 아예 노동시간과 여가시간 자체를 상실하고 말았다. 

학자들은 일련의 디지털 스마트 혁신 사건들을 일컬어 ‘4차 산업 혁명’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개념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라는 학자의 제안에 의해 처음 세상에 발표됐다. 

하지만 대다수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첨단 디지털 스마트 기술이 발달해도 이런 걸 혁명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4차 산업혁명의 빛과 그림자가 생겨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나타난 스마트관광 분야는 어떠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혜택으로 인해 노동 대신 여가시간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속성상 실질적인 여가시간은 줄어들게 돼 있다. 첨단 디지털 스마트 기기 덕분에 자유로워진 여가시간에 무엇을 하게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물인터넷(IOT)의 초연결 기능을 활용해 사무실에 두고 온 업무현황을 체크하거나, SNS(소셜 네트워크 시스템), Big Data(빅데이터)와 매출통계를 비교하는 일을 할 것이다. 

회사 현장근무 대신 재택근무가 대세인 오늘날 점점 낯익은 풍경이 돼 가고 있다. 이제는 오피스와 거주지를 구분하지 않고, 일과 동시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디지털 기반 스마트 新관광트렌드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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