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중요 자산은 누가 뭐래도 ‘인천국제공항’이다.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의 관문공항 역할은 인천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인천공항으로 송도국제도시를 계획할 수 있었고, 청라국제금융타운을 꿈꿀 수 있었다. 세계 최대 바이오산업으로 재편되는 인천 산업 구조고도화 역시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가능했다. 

 공항을 갖춘 도시가 글로벌 산업화를 이끄는, 인천이 그동안 꿈꿔 온 ‘에어로트로폴리스(Aerotropolis)’가 현실화되고 있다. 에어포트(공항)와 메트로폴리스(도시)의 합성어로, 공항을 갖춘 도시가 글로벌 수요를 끌어들여 미래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제 인천 도시브랜드를 한 단계 높인 인천공항이 어엿한 ‘스물’ 청년이 됐다. 태동의 아픔과 성장통의 시련이 있지만 스무살 청년 인천국제공항의 미래는 누구보다도 밝다.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할 인천시민들이 응원하고 있다.  <편집자 주>

1994년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창립식
1994년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창립식

# 인천국제공항의 태동

수도권 신공항 건설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4월 김포공항에 새로운 활주로 건설, 개통 후 공항 주변 주거밀집지역에서 발생하는 소음피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부터다. 수도권 지역의 늘어나는 항공기 수요 처리를 위해 김포공항을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김포공항 주변에는 주거지역이 밀집돼 있고 공항 인근에 인천 계양산 등 장애구릉이 산재해 있어 김포공항을 대규모로 확장한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공항 건설을 추진하게 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공항 위치 선정 시 검토 기준으로 권장하고 있는 공역, 장애물, 기상, 소음, 토지 이용 현황, 접근성과 장래 확장성 등 항목별 상세한 비교 검토와 종합적인 심사 및 관계 부처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1990년 6월 14일 최종적으로 현 인천 영종도가 수도권 신국제공항 최적 입지로 결정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 인천시민의 힘으로 만든 ‘인천국제공항’…5명의 대통령 다녀가

세계 각국의 공항 명칭은 공항에 인접한 도시명으로 표시하거나 도시의 유명한 사람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1992년 신공항건설본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새 공항(인천공항) 이름을 현상 공모했다. 그 결과 ‘세종공항’이 1위를 차지했다. 서울과 새서울, 아리랑 등이 뒤를 이었다. 인천의 지역성을 나타내는 영종, 인천은 6위와 8위에 그쳤다. 하지만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설립된 ‘새천년준비위원회’에서 ‘인천 밀레니엄 국제공항’을 쓰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결국 1993년 5월 국토해양부는 청와대와 인천시의회, 문화부, 언론사 등의 의견을 수렴해 당선작 없이 세종공항, 서울-영종공항, 인천공항 등 가작 3편만을 발표했다. 1996년 인천시민들로 구성된 ‘인천국제공항 명칭제정추진위원회’가 60만 명 인천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신공항의 명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끌어 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결국 국토부는 인천국제공항을 최종 결정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전직 대통령들의 행사 참여 기록도 간직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11월 12일 수도권 신국제공항 건설 기공식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5월 23일 여객터미널 기공식에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항을 1주일 앞둔 2001년 3월 22일 인천국제공항 개항식에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3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 개장식’에 자리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올 1월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식에 참석했다.

인천국제공항 T1·T2 전경.
인천국제공항 T1·T2 전경.

#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천공항 1단계 건설 100개월의 대역사

영종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된 후 ‘미래 동북아시아 항공 운송의 중심기지’라는 청사진과 함께 1992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공항 건설이 시작됐다. 2001년 3월 역사적인 개항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개월이란 시간과 5조6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8년 4개월이라는 시간만큼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인천공항 건설에 투입된 인원, 장비, 자재의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인력은 하루 평균 1만4천여 명으로 총 투입된 연인원은 약 1천380만 명에 달했다. 건설에 동원된 장비는 연 253만 대, 골재(자갈·돌)는 974만7천㎥로 15t 트럭 100만 대 분량이었고, 부지 조성을 위해 쏟아 부은 토사는 1억8천만㎥로 15t 트럭 1천800만 대 분량이었다. 공항 건설에 소요된 강관파일은 총 3만2천557개로 길이로 환산 시 1천682㎞로 서울과 부산 간 거리의 4배에 해당한다. 사용된 통신케이블은 총 1만1천79㎞로 서울과 부산 간 거리의 24배에 달한다.

건설 과정에서 만들어진 설계도면은 총 48만 장으로 이것을 한 장씩 쌓아 올리면 180층 빌딩 높이인 560m에 이르며 순수 건설비만 5조6천 억이 소요됐다. 이렇게 막대한 인원과 물량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5천616만8천㎡라는 거대한 공항 부지의 윤곽이 드러났다. 인천공항의 면적은 우리가 체감하는 여의도의 18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여기에 국제규격의 축구장을 짓는다면 7천∼8천여 개가 들어설 수 있는 수치이다.

인천국제공항 야경.
인천국제공항 야경.

# 17년 만에 첫 적자 인천국제공항…코로나19를 기회로 새 판 짠다

인천국제공항은 항공수요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2004년 당기순이익으로 전환 이후 16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는 등 견실한 재무구조를 확립했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약 1조8천600억 원 규모의 정부배당을 실현하고(누적 배당금 2조5천800억 원), 국세·지방세 등 2019년 기준 연간 1조 원 규모로 정부 재정에 기여했다. 

인천공항만의 서비스·운영·건설 노하우 등 축적된 역량을 기반으로 공항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 재정립’ 및 해외사업 진출 등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천공항의 지난해 일평균 여객이 전년 대비 97.3%가량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개항 이후 역대 최저로 4천28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개항 이후 17년 만에 첫 적자이다. 올해 역시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약 8천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사는 지난해 최저점을 찍은 이후 백신 접종이 일반화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 구간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또 다른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도 내놨다. 공사는 상반기 내 모든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 수요 회복 모멘텀을 확보하고, 코로나19 진행 단계에 따라 수요 변동에 상응하는 유연한 대응 전략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사는 오는 2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제5회 세계항공콘퍼런스’를 개최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항공산업(Innovation Beyond Boundaries:The New Airport Paradigm)’을 주제로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피해를 입은 항공산업의 회복 방안을 비롯해 공항과 항공업계가 직면한 변화와 도전을 다룬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콘퍼런스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 및 연관산업계의 모든 분들에게 회복과 도약을 위한 혜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사진=<기호일보 DB·인천국제공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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