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철 사회부 부국장
최상철 사회부 부국장

수도권은 공간적·경제적으로 일체화된 세계적 대도시권역이다. 면적은 전국의 약 12%인데 반해, 국내 인구의 50%가 모여 살고 있어 인구 밀도는 어마어마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에서 타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5년 전 240만 명에 달했다. 5년 주기로 하는 인구 총조사 결과이니 2020년에는 그 수가 더 늘었을 것이다. 광역화는 일체화된 공간을 만들었고,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광역적 도시문제를 지속 발생시켰다. 대기·교통·주택·환경정책 등에서 수도권 3개 시도가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수도권매립지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해 지난 30년간 수도권지역의 쓰레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뿐만 아니다. 국내 자원순환정책의 획기적인 분기점이 됐던 쓰레기종량제 봉투 도입도 수도권매립지의 역할이 컸다. 이처럼 수도권매립지가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의 공동자산으로 잘 활용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인천 서구와 김포시 주민들에게 큰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 소임을 다할 때까지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 문제 해결보다는 논란을 키우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어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정책으로 풀려야 하는 일들이 정치적으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어 더더욱 걱정이 앞선다. 이로 인해 매립지 인근 지역여론도 찬반으로 나눠져 주민 갈등까지 표면 위로 올라올 태세다. 이뿐인가. 수도권 지자체는 2015년에 이어 또다시 수도권 지역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며 코로나19 대응으로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마당에 쓰레기 처리 대책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사실, 화장장·방폐장·폐기물처리장 같은 비선호시설은 꼭 필요하지만 내 집 옆에는 설치하기를 누구나 꺼린다. 높은 액수의 정부 지원금을 내걸어도 선뜻 나서는 지자체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나 ‘소통’이다. 기다렸던 서울시장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 만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자의 입장인 일방적인 ‘종료’와 ‘연장’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협의할 수 있는 ‘조건’과 ‘보상’을 얘기해야 할 때이다. 

아이들이 싸울 때도, 각자 자신의 주장이 최고인 양 목소리를 높이면 답은 없고 상처만 남는다. 하나씩 양보할 때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 압박, 이로 인해 쏟아붓는 천문학적 재원과 곳곳에서 벌어지는 주민 갈등. 이런 사회적 비용들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가 지난 1월부터 시작한 30일간의 수도권 대체매립지 입지후보지 공모가 어제 종료됐지만 참여 지자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후보지 공모로는 유례가 없는 인센티브 제시에도 불구하고 응모가 없었다. 수도권매립지 공모가 종료되고 15일부터 4자(인천시·환경부·서울시·경기도) 협의체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지자체 간 대치 국면도 함께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의체 안건은 대체매립지 재공모와 수도권매립지 연장 사용 여부다. 

자체매립지 확보를 선언한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 사용 의사를 피력한 서울시 간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인천시장을 비롯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환경부 장관 모두 여당 소속이었지만 최근 보궐선거를 통해 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됐기 때문에 정치적 관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는 만나서, 우리 모두를 위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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