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지난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특히 가장 관심이 쏠렸던 서울특별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득표율 57.50% 대 39.18%라는 큰 격차로 압승했다. 선거일 이전에 실시된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여당의 패배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전날까지도 "민심이 우리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샤이 진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의 말을 했던 점을 보면 여당은 ‘설마’ 이처럼 큰 격차로 패배할 줄은 예상치 못한 것 같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4월 15일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들은 전체 의석 300석 중 180석 확보라는 압승을 여당에게 안겨줬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여당에게 혹독한 패배를 안겨준 것이다. 지난 1년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미 많은 언론과 사람들이 여당의 참패 원인을 다각도로 지적했다. 예를 들면, 독선과 오만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잃어버렸다는 점,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성추행 원죄와 불충분한 반성, 지나친 네거티브 전략 등을 꼽고 있다. 대체로 공감이 간다.

특히 ‘독선과 오만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상실했다’는 점은 여당의 입장에서 매우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초기의 상황에서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핀셋 규제’로도 충분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무슨 일이든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처럼 안일한 태도로 접근했으니 이어진 이십여 차례 부동산 대책이 성공하기는 애초부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편, ‘임대차3법’을 야당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입법함으로써 전·월세 가격 폭등 결과마저 초래한 점도 패착으로 지적할 수 있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약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부동산 문제는 전체 국민 주거의 이해에 관한 문제이고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다뤄졌어야 했지만, 여당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이처럼 중요한 민생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조회는 물론이고 공청회·토론회도 여러 차례 거치고 사전에 시뮬레이션도 충분히 해 봤어야 했으며 부작용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했었는데, 이런 과정이 미흡했다. 

세금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금이 증액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도하게 세금(종부세, 양도세 등)을 동원하다 보니 중산층과 은퇴자들의 세금 부담마저 커졌다. 또한 부동산 공시가격이 오르다 보니 건강보험료 등도 아울러 올랐다. 정부는 아파트 가격이 올랐으니 당연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지만 수입이 없거나 제한적인 은퇴자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부·여당의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일방적으로 시행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못가진 자는 못가진 자대로, 가진 자는 가진 자대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불만이다. 여기도 불만, 저기도 불만, 온통 불만과 분노 투성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여당의 참패로 귀결됐다. 생각건대, 정부·여당은 정국을 운영함에 있어서 민심을 세심히 살피고 겸허하게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국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정책을 과격하게 밀고 나가면 안 된다. 

아무리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더라도 국민들과 동행하거나 반 발짝만 앞서서 나가야 한다. 두 발짝, 세 발짝 앞서서 성큼성큼 국민을 이끌고 가려고 하면 저항과 불만이 생겨난다. 국민이 싫어하는 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마구잡이로 벌여서는 안 된다. 좀 더디고 답답하더라도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 추진해야 한다. 마치 ‘유리그릇 안고 가듯’ 조심스럽게 ‘민심’을 보듬고 가야 한다. 민주주의는 ‘민심’을 떠받드는 일에서 출발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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