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서점이 보이지 않는다. 동네마다 한 곳은 있었던 동네서점이 자취를 감춘 지역서점 절벽시대이다. 2020년 한국출판연감에는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서점소멸지역 5개 군이 수록돼 있다. 수도권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딱 한 곳 옹진군이 서점소멸지역이다. 

인천시는 2016년 12월에 제정한 ‘인천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지역서점 진흥정책을 이어오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만 5년이 지났다. 독서인구가 매년 줄어들고,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도 감소하는 추세에서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고 지역서점의 문화적 기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인천에서 지역서점이 문화거점으로 등장한 시점은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지역 서점은 도서와 문구 판매는 물론 문화매개자로 활약했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칠 만큼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던 희문당은 시대일보 독자위안회를 후원했고(시대일보, 1925.7.10.), 인천가극대회에는 찬조금을 보탰다.(중외일보, 1928.1.14.) 

그해 6월 전동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3회 전 인천 소년야구대회에는 물품을 기증(중외일보, 1928.6.12.)하는 등 지역문화 진흥에 기여했다. 외리(현, 경동) 172번지에 위치했던 희문당은 경영주 윤병희의 친절한 손님 접대와 다양한 선물로 남녀노소가 좋아했다고 전한다. 희문당이 손님들에게 나눠주던 책갈피 수는 엄청났던 모양이다. 얼마나 많은 양을 배포했는지 지금도 여러 점이 남아 있다.

희문당에 비해 존속기간이 짧았던 영신당도 동아일보 인천지국과 공동주최로 인천공회당에서 강연회(1936.6.)와 안기영 독창회(1937.7)를 열었고, 1937년 9월 19∼20일 양일간에는 경성애극회를 초청해 연극을 공연했다. 문화거점으로서 기능은 해방 후에도 계속돼 ‘대한서림 앞에서 보자’, ‘종로서적에서 만나자’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로 1990년대까지 지역서점은 시민 활동의 중심무대였다. 

인터넷 대중화는 지역서점 몰락을 가져왔다. 서울의 대표서점이던 종로서적이 문을 닫고 전국의 지역서점이 줄줄이 폐업했다. 인천 지역서점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동인천, 주안, 부평에 위치했던 인천의 대형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400여 곳에 달했던 인천 서점 수는 100개 아래로 떨어졌다. 

서점 수 감소는 서점 폐업률 증가가 증명한다. 2019년 서점 폐업률 6.6%는 2020년 11.3%로 늘었다. 인천서점협동조합 가입 회원 수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2015년 68개, 2016년 63개에 이어 올해는 47개로 급감했다. 작년에 실시한 인천시 지역서점 전수조사 결과 인천의 서점은 95개소였다. 이는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하는 지표이다.

지역서점 몰락을 부추기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형서점이 구축한 도서 온라인 몰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할인과 무료 배송으로 손님을 끌고, 오프라인 매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지 이미 오래이다. 종이책을 읽던 사람들은 오디오북을 듣는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사태는 지역서점의 강점마저 무력화했다.

기호일보(4월 15일자) 기사에 따르면 인천시는 지역서점 활성화와 독서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독서문화 진흥정책을 펼쳐나갈 예정이라 한다. 개브리얼 제빈의 책 「섬에 있는 서점」의 띠지에는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도 아니지’라는 표현이 커다랗게 쓰여있다. 

옹진군에 서점을 만드는 일을 필두로 서점 경영주와 이용객이 원하는 바를 찾아 지원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 지역서점은 접근이 쉽고, 책을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어 좋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로 각박하고 힘들지만, 동네서점을 찾아 책이 뿜어내는 종이 향기를 맡으며 맘에 드는 책 한 권을 사들고 나오는 삶의 여유를 즐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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