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회장
김창남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회장

‘피비린내 나는 미래’와 ‘우리가 그토록 찬양하는 문명의 야만성’은 지금으로부터 111년 전 어느 메모에 적힌 제목이다.

이 메모는 적십자 운동의 아버지이자 제1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장 앙리 뒤낭(Jean-Henri Dunant, 1828 ~ 1910)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의 제목으로, 전쟁이 계속되는 미래와 문명의 진보가 되레 인간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음을 개탄하고 걱정을 하며 작성한 것이다.

앙리 뒤낭은 적십자 설립자이며 인도주의 운동의 역사적 여정에서 그 족적(足跡)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크고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인류애와 박애(博愛)정신에 기반을 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창설하고, 인도주의에 대한 국제법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제네바협약을 제안해 실현화시키는데 헌신했다.

이런 뒤낭의 생일을 기념하고 국제적십자운동의 인도주의 가치를 되새기며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자원봉사자, 적십자운동 참여자 그리고 인도주의 활동가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8일을 ‘세계적십자의날(World Red Cross Red Crescent Day)’로 정해 전 세계에서 기념하고 있다.

세계적십자의날은 1946년 국제적십자사연맹총회에서 ‘국제적십자사의날(International Red Cross Day)’ 제정을 검토하자는 결의에 따라 2년 후 1948년 5월 8일 앙리 뒤낭의 탄생 기념일에 전 세계 처음으로 기념됐다.

이후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었고 1984년에 지금의 ‘세계적십자의날(World Red Cross Red Crescent Day)’로 정해지면서 기념되고 있다.

세계적십자의날을 기념하면서 매년 ‘대표 주제(Theme)’를 정해 국제적십자운동의 구성체국제적십자사연맹(IFRC),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192개 각국 적십자사와 적신월사들은 그 의미와 가치에 기반해 1년의 인도주의 활동 이정표로 삼는다.

2021년의 주제는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아직 발표가 안 된 만큼 필자도 그 주제가 기대된다.

적십자는 1859년에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광범위한 인도주의 단체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 탄생된 적십자운동은 대한민국에도 뿌리를 내려 12만 명의 자원봉사자, 28만 명의 RCY 단원들, 350만 명의 자발적 적십자회비 동참 국민 그리고 268만 명의 헌혈자가 적십자와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희망을 심고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 본질은 적십자운동의 창설자인 뒤낭의 설파처럼 만인이 공유하는 인도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 종교, 인종, 성별, 나이 등 구별적 존재의 한정성을 극복하는데 있고 언제나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인류애와 박애 정신은 인류 보편의 가치가 돼야 함을 명심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장밋빛 미래’와 ‘우리가 찬양하는 문명의 상리공생(相利共生)’의 인도주의 가치 속에 번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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