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에는 소수민족 박해를 피해 한국에 정착한 미얀마 카렌족 난민이 살고 있다. 2015년과 2017년 한국에 정착한 써쿠(34)와 써레와(33)씨도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 한국 사람이 됐다. 대한민국은 2013년 7월 시행된 난민법상 재정착 난민수용에 관한 근거규정이 마련된 이후 유엔난민기구(UNHCR)의 ‘재정착 난민제도’를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개시했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통해 추천받은 대상자의 서류심사와 신원조회를 하고, 통과한 대상자에 대해 면접조사와 건강검진 등을 실시한다. 자격을 얻은 난민들은 한국정부가 직접 찾아가 안전하게 수용국으로 인도한다. 이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한국사회 이해, 취업교육 등 안정적 정착을 위한 교육을 수료하고 정해진 정착지역에서 새 삶을 꾸려 나간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부평구에 둥지를 튼 써쿠와 써레와 씨는 태국 난민캠프에서 태어나 생활하며 소수민족을 향한 핍박과 박해를 피해 자유를 얻고자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자유를 꼽았다. "컴퓨터도 배울 수 있고 한국어 공부도 할 수 있어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써쿠와 써레와 씨는 각자 슬하에 3명과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자유’는 특히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어린이집, 학교 등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고 먹고 싶은 것도 해 줄 수 있다. 써레와 씨는 "애들이 매콤한 음식을 좋아해서 김치도 집에서 해 주면 잘 먹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물론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이 아니다 보니 원하는 것을 다 하기란 불가능하다.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도 어려움이다. 이제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주변에서 그 사실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법무부 멘토, 적십자 봉사원 등 곁에서 한국생활과 정착을 도와준 사람들이 있어 씩씩하게 살아간다. 

 대한적십자사는 정부의 인도주의 보조자로서 써쿠와 써레와 씨를 비롯한 난민의 인도 절차에 함께 했다. 수용국에 도착한 난민이 초기 6~12개월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교육을 수료하는 동안 적십자는 의류와 출산·육아용품 등 물품을 지원하고, 정착 이후에는 해당 지역 적십자 봉사원이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물심양면 돕는다. 써쿠와 써레와 씨는 "한국말이 서툴러 병원과 주민센터, 학교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적십자 봉사원분들이 도움을 주셨다"며 "길을 찾지 못할 때도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바로 길을 찾아줄 정도로 생활 속 깊이 적십자 봉사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적십자 부평지구협의회 회장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꼭 찾아와 반찬을 나눠 주고 안부를 묻는 선생님이 있어 감사하고 든든하단다.

 두 사람은 2020년부터 적십자 부평구지구협의회 난민봉사원으로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받은 나눔을 돌려주고 있다. 특히 써레와 씨는 적십자 봉사원이 꿈이다. "어려움을 겪어 봤으니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봉사를 하고 싶어요. 봉사를 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요." 특히 취약계층 노인을 돕고 싶다는 써레와 씨는 "태국 난민캠프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이 나서 그렇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은 지난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짜장DAY 봉사와 깍두기 담그기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인터뷰 중 이들에게 한국에 정착한 이후 행복했던 일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었을 때 길어졌던 공백은 단지 한국말이 서툴러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가 공여국이 되기까지 한국은 인종·언어·종교 많은 부분이 다른 국제사회의 무수한 도움을 받았다. 받은 나눔을 되돌려 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난민을 바라보고, 이들을 넉넉히 포용할 수 있는 인도주의 국가와 국민이 되기를 소망한다.  

◇매월 적십자 사랑나눔 후원에 함께 하시는 분들 

㈜엘티시스템 100만 원, ㈜상원테크 40만 원, ㈜웰빙헬스팜 20만 원, ㈜알티스 20만 원, ㈜월드블라인드 20만 원, ㈜인천택시 10만 원, 제이디라인 10만 원, ㈜월드싸운드 10만 원, IGA편의점 10만 원, 연세약국 5만 원, 해룡상회 5만 원, 월미테마파크 5만 원, 코비코이비인후과 5만 원, 연세학원 5만 원, 칭칭차이나(연평도점) 5만 원, ㈜세원글로벌 5만 원, 한국피자헛 동암점 5만 원, ㈜JSC 3만 원, 만도카에어컨·냉동 3만 원, M.KKorea 3만 원, ㈜대은글로벌솔루션 3만 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