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지난 7월 1일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진행된 기념행사에서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두가 풍족한 삶)을 실현했다"면서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공합작과 대장정, 국공 내전을 거쳐 1949년 신중국 성립을 선포한 중국공산당이 문화대혁명의 광기를 극복하고 개혁·개방으로 성장에 매진한 결과 오늘날 경제·군사·과학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적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민들의 절대빈곤을 극복하고 부국강병을 실현함에 있어서 지난 100년의 공산당 1당 지배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태 등 엄청난 불행과 유혈의 고통도 겪었는데, 중국의 부쩍 커진 존재감과 영향력이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경각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1921년 제1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작할 당시 대표 13명, 당원 53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천500만 명에 이르는 당원과 468만 개가 넘는 하부 조직을 갖추고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기간의 1당 지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권적 입장에 있는 9천500만 명의 중국 공산당원들이 14억여 명의 중국 국민을 반역하면, 체포와 파멸에 이른다고 위협하며 지배하고 있다"면서 "공산당이 민주적 정당성 없이 국가주의와 경제적 번영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의 공산당 1당 지배는 확실히 민주주의 관념과 조화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관념은 ‘민주적 정당성’ 즉 ‘선출된 권력’을 필수적 요소로 전제하는 것인데, 중국 공산당은 ‘비(非)선출된 권력’이고 공산주의 이론에 나오는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계급투쟁’을 거치지도 않은 채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공산당은 어떻게 이처럼 오래도록 지배권력으로 존속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개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키는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운 소수 엘리트들이 정치적으로 전체 인민을 교화(敎化)하는 한편 반대자들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통제·탄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공산주의는 인간의 ‘자유’보다 ‘평등’을 더욱 우선해야 할 가치로 강조하면서 ‘사유재산제 폐지’ 등을 표방한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나, 공산당의 100년 1당 지배를 통해 과연 중국 내에서 ‘사유재산제’가 폐지됐는가? ‘불평등’이 사라졌는가? 중국을 방문해 보면 극심한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도처에 널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공산당이 표면적으로는 ‘평등’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자유’마저 억압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아함을 떨쳐내기 어렵다.

‘자유’와 ‘평등’은 모두 인간에게 소중한 가치이고 조화롭게 추구돼야 한다( ‘공평한 자유’의 추구). ‘자유’를 위해 ‘평등’이, ‘평등’을 위해 ‘자유’가 일방적으로 희생돼서는 안 된다. 특히, ‘평등’을 명분으로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되면 안 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이 그의 저서 「자유론(On Liberty)」에서 기술했듯이,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해(harm)를 끼치지 않는 한 절대적인 자유를 누려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발전(self-development)을 도모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지적·도덕적·감성적 발전은 각자가 ‘자기 방식대로(his own mode)’ 즉 개별성(Individuality)을 발휘하면서 살 때 이룩된다고 한다. 즉, 인간은 개별성을 발휘하며 자유롭게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성’과 ‘자유’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 큰 울림이 1859년에 「자유론」이 출간된 지 160여 년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다. 중국공산당 지도자들도 밀의 통찰에 부디 귀 기울이기 바란다. 중국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계기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자유·인권·법치주의·민주주의)를 존중하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길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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