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파랑, 어쨌든 찬란
케이시 맥퀴스턴 / 살림 / 1만3천500원
 
이 책은 자기만의 빛깔을 드러내고 지키는 용기, 본의 아니게 역사적인 그들의 러브 스토리를 담았다.
 
 엄마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아버지는 소수 인종의 상원의원. 알렉스는 어릴 때부터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모든 것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히 해내고자 남몰래 고군분투했다. 그래서인지 노력도, 고민도 없이 태어난 것만으로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영국의 막내 왕자 헨리가 만날 때마다 늘 눈엣가시처럼 신경에 거슬린다. 어쩔 수 없이 우정을 가장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또 자기 자신에 대해 뜻밖의 진실을 자꾸만 발견한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이 소설은 가볍지만은 않은 사려 깊은 속내를 드러낸다. 알렉스와 헨리는 의무와 사적인 갈망, 원하는 것과 현실적 제약, 사회적 기대와 참다운 자기 모습의 괴리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청춘이고, 모든 걸 걷어내고 나면 오롯하게 사랑스러운 괴짜와 치열한 몽상가가 남는다. 무지개처럼 다양한 빛깔로 반짝이는 서로 다른 사람들, 누구나 자기 빛깔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젊음의 용기가 이 세상을 한 발 앞으로 끌고 나간다.

 스냅챗과 인스타그램, 아리아나 그란데와 릴 존,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리하르트 바그너와 버지니아 울프,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적 인용은 덕후이자 괴짜, 몽상가인 주인공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마음을 소통하는 그들만의 내밀한 언어다. 알렉스와 헨리는 자기가 읽은 책과 좋아하는 영화와 즐겨 보는 TV채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독자들은 이 인용들을 통해 알렉스와 헨리를 더 잘 알게 된다.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힙합 뮤지컬 ‘해밀턴’을 아는 독자라면 알렉스라는 이름의 근원을 다시 생각할 테고, 알렉스와 헨리가 나누는 내밀하고 열렬하고 웃기는 이메일들을 통해 21세기에 부활하는 낭만적 연애소설의 전통을 보고 즐거워할 수 있다. 알렉스가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로 알게 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퀴어 문화사, 버지니아 울프와 윌프레드 오언, 리하르트 바그너에 이르는 퀴어 작가들의 아름다운 연애편지들도 이야기의 유려한 결에 찬란한 빛을 더한다.

뿌리
에바 틴드 / 산지니 / 1만6천200원
 

이 책은 예술가 미리암, 건축가 카이, 그들의 딸 수이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대륙을 넘나드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 대해 탐구한다.

어린 시절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카이는 열여덟 살이 된 딸 수이의 독립을 지켜봐야만 한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떠난 미리암은 두 번째 남편의 사고사 이후 깊은 상실감을 겪는다. 이들은 삶의 어느 순간 찾아온 상실의 순간에 각자의 뿌리를 찾기 위해 인도의 대안 커뮤니티, 스웨덴의 깊은 숲, 그리고 한국의 마라도로 여행을 시작한다.

에바 틴드는 20여 년이 흐른 후 한국의 부모님과 가족을 다시 만난다. 자신의 정체성처럼 둘로 나뉘어진 모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한국 이름은 이미 잃어버린 후였다. 그녀의 혈통적 근원은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우리의 기원이 무엇으로 형성되며 어디에서 오는지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러한 그녀의 질문이 작품 속 스토리텔링을 통해 펼쳐진다.

재밌으면 그걸로 충분해
김인태 / 상상출판 / 1만2천510원
 

작가는 남극에 가기 위해 면접을 보고, 극지훈련을 받고 곧바로 남극으로 떠났다. 원래 이 책의 콘셉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20대의 삶과 생각’이었다. 내용엔 현실 부분이 거의 없어서 이상만 잔뜩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20대의 사회적 통칭이었던 ‘N포’도 ‘YOLO’도 아닌 ‘재밌는 삶’을 살겠다는 실천이 남극에 가게 되고, 브런치에 1년 반 넘게 연재를 거친 후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미술과 경제를 전공하고 있으며, 요리로 남극에 다녀온 발레가 취미인 남자 대학생.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삶이 어떤 걸 경험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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