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부터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된 가운데 수많은 직종의 근무 형태나 학생들의 수업 방식, 생활 형태 등이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대면이 필요한 대부분의 활동이 제한되고, 재택근무나 원격수업이 활성화되는 등 대체 방안이 마련됐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취약계층의 삶은 빠르게 악화됐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각종 구호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봉사단체는 꾸준한 고민을 해 왔다.

 경기도내 552개 적십자봉사회에 속해 있는 1만8천여 자원봉사자의 활동에 대한 큰 맥락을 짚는 적십자사 경기도지사(경기적십자사)는 대면 접촉을 최소화한, 코로나19 상황에 적합한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전환 시대’를 맞아 경기적십자사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했던 변화된 봉사활동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경기적십자사 관계자들이 취약계층에 지원할 보건용 마스크를 정리하고 있다.
경기적십자사 관계자들이 취약계층에 지원할 보건용 마스크를 정리하고 있다.

# 새롭게 필요해진 봉사활동

1947년 설립된 경기적십자사는 ▶난민 돕기 모금 ▶수해 및 화재 등 재난 구호 ▶세월호 합동분향소 봉사 ▶메르스 구호활동 등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2019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행 당시 252명의 봉사원과 활동가를 동원해 정신 피해를 호소하는 410명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심리적 응급처치 등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4월 이천물류창고 참사 때도 378명을 동원해 긴급구호세트와 이재민 셸터, 유가족 휴게실 등을 안내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재난구호활동을 펼치며 자가격리자나 전담병원, 귀국 교민을 비롯해 취약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재난구호에 참여한 경기적십자사 인원은 봉사원 8천166명을 비롯해 사회복무요원 160명, RCY 61명 등 8천835명에 달한다. 주로 코로나19 예방수칙이 담긴 전단지 및 기부 마스크를 배부하고, 다중이용시설을 방역하는 활동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한국적십자사에 기부했던 마스크 100만 장 중 8만5천여 장을 전달받으면서 경기적십자사의 손을 거쳐 코로나19 국가지정 전담병원 10곳과 재난취약계층에게 전하기도 했다. 

경기적십자사는 갑작스럽게 자가격리에 들어간 시민들에게 ‘자가격리자 키트’를 전국 봉사단체 중에 가장 먼저 제작, 타 지자체에서 수많은 문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백신접종센터에 투입된 봉사원들.
백신접종센터에 투입된 봉사원들.

# 코로나블루에 대비한 심리상담 활동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인 ‘코로나블루’는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에 변화가 생기면서 발생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의미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및 직장인 1천22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우울감 현황 조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한 기분이나 분노, 좌절 등의 감정 변화를 경험한 이들은 응답자 중 83.9%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적십자사는 기존 심리상담 활동을 강화해 코로나블루에도 대응하고 있다. 

앞서 2016년 재해구호법이 개정돼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설치가 법제화되면서 자연재해 피해자들이나 대형 화재, 미세먼지 및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원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블루 호소자들이나 소방관, 행정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이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해 상담 규모를 확대했다. 실제 경기적십자사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00여 명의 심리상담을 했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50%가량 늘어난 600여 명을 상담했다. 또한 심리에 대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6개월에서 1년 주기를 두고 기존 상담자들에 대한 관리를 통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심리적 부담감이 여전한지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도 경기적십자사는 코로나블루로 인한 정신적 부담을 예방하기 위해 홀몸노인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을 발굴하거나, 타 기관에서 제공받은 데이터를 토대로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수원시 정신건강센터 관계자들이 코로나 장기화로 심리 불안을 겪는 시민들에 대한 심리상담 대책을 논의 중이다.
수원시 정신건강센터 관계자들이 코로나 장기화로 심리 불안을 겪는 시민들에 대한 심리상담 대책을 논의 중이다.

#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지원사업 확대

경기적십자사의 다양한 봉사사업 중 최근 가장 크게 확대된 것으로 긴급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2018년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5억 원이던 예산은 올해 12억여 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투입된 긴급지원사업 예산인 8억 원보다 50%가량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실직자나 위기가정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 처한 가구나 벗어날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한 개인을 위해 생활 지원을 하는 긴급지원사업은 ▶생활비 ▶주거 ▶의료 ▶교육 등 4가지 영역에서의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다. 명확한 지원 대상 기준이 있는데도 불구, 금전적 지원이 이뤄진다는 소식에 지난해 9월에는 열흘 사이에 5천여 명이 갑작스레 몰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긴급지원을 받는 이들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2019년 646명, 지난해 761명에 이어 올해는 800여 명이 넘는 위기가정에 적게는 100만 원부터 많게는 500만 원까지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경기적십자사는 2012’년 출범한 ‘희망풍차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코로나19 이후 봉사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희망풍차 네트워크는 행사나 물품 전달 등을 통한 정서 지원과 별개로 지역 내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새로운 봉사활동의 일환으로써 지역에 산재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공공기관과 협업, 활동에 나서고 있다.

#박창규 경기적십자사 구호복지팀장 인터뷰

 -구호복지팀의 역할을 소개해 달라.

 ▶경기적십자사에서 구호사업과 사회복지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관심사인 심리지원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도 함께 맡고 있다.

 국제적십자운동 기본원칙에 의거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보호에 공헌하는 인도주의 활동의 대표 기관으로서 코로나 이전에는 자연 및 사회재난에 대응하고 생필품이나 혹서·혹한기 물품 지원을 해 왔다면 최근에는 마스크 배부, 백신 접종 안내, 고령자 이송 등 추가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불의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재해구호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을 새로 만들고 있다. 재난현장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봉사를 진행하기 위해 봉사단원은 물론 외부 인력에게도 이 같은 교육과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방역조치나 인식 등이 풀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직 민감한 시기다. 철저한 방역이 필요한 만큼 봉사원들은 물론 도민들도 다같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사진=<경기적십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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