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발표한 2019년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여성 CEO 비중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여성 CEO 비율은 3.6%(115명)에 불과했다. 2015년 2.8%에 비해 0.8%p 상승했지만 전 세계적인 여성 CEO 증가 추세에는 크게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2015년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기도내 여성 기업인의 85.1%가 종업원 수 4인 이내의 영세한 고용 규모와 매출을 보인다고 설명했으며, 운영하는 업종 또한 도·소매(26.9%), 숙박 및 음식점업(29.4%)에 대부분 포진돼 있어 서비스 기반 저숙련 소상인 업종에 종사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여성 기업인의 현실 속에 올해 창립 30년을 앞둔 용인시 소재 바닥 청소장비 관련 업계 1위 기업인 ‘크린텍’은 여성의 불모지라 불리는 청소장비 업계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 이목을 끌고 있는 여성 기업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크린텍 본사 전경.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크린텍 본사 전경.

# 여성 특유의 혁신을 접목

 크린텍의 고예성 대표가 처음부터 청소장비 업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현재의 크린텍은 1992년 고 대표의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로, 고 대표가 이직을 제안받은 것은 21년 전이었다. 당시 대형 증권사에 재직하던 고 대표는 일과 육아의 병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주거하던 곳과 가까운 크린텍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비’와 ‘영업’을 다루는 기업이었기에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러나 고 대표는 천천히 자신의 강점을 살리며 조직을 이끄는 위치로까지 나아갔다.

 고 대표는 먼저 대기업 출신이라는 이력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된 비즈니스 문화를 직원, 나아가 회사 운영 방식에 이식해 기업 체질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체계화를 이루니 업무의 효율화와 성과가 따랐다. 나아가 기존 ‘영업’과 ‘애프터서비스(AS)’라는 비즈니스 방식을 과감히 변화시켰고, 2013년에는 공동대표에 취임하며 오늘날 ‘렌털’ 방식에 기반한 크린텍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고 대표는 남성 중심 조직문화를 가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금융회사 출신 여성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를 ‘다양성’을 통한 변화라고 믿고 기업을 이끌고 있다.

 고 대표가 크린텍 입사 이래 몸소 부딪히며 일군 성과는 결국 조직 내 다양성의 기틀을 마련해 현재도 1위 자리를 유지하며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성취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업 ‘대표’의 가장 큰 역할은 ‘의사결정’이다. ‘여성 대표’의 역할 또한 ‘의사결정’이다. 고 대표는 이 점에서 ‘여성’이 아닌 오로지 기업을 경영하는 ‘대표’의 역할로 묵묵히 기업을 이끌며 여성의 한계인 유리천장을 깬 것이 아닌, 없앤 인물로 평가받는다.

살수 겸용 전기 노면 청소차 크린스카이.
살수 겸용 전기 노면 청소차 크린스카이.

# 친환경 청소차 개발

 최근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연구에서 환경미화원 10명 중 2명이 폐 기능에 이상이 있었고, 이 수치는 광물성 분진에 노출돼 있는 광부보다 높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환경미화차량 약 1만2천 대 중 친환경 차량은 단 6%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디젤 차량이다.

 크린텍은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에 고심해 친환경 청소차를 개발한다. 그 행보의 첫 출발인 크린텍의 ‘크린스카이 2.0K’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건식 노면 청소 및 살수 겸용의 전기식 도로청소차이다.

 현재 대형 도로를 제외한 이면도로는 아직도 청소차량이 아닌 환경미화원이 수작업으로 청소하는 형태다. 더구나 이면도로의 경우 폭이 좁고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도로이기 때문에 차량을 통한 도로 청소 시 날리는 먼지와 소음으로 인한 민원으로 애로사항이 많다. 더불어 미세먼지로 인한 살수 차량과 도로 청소차량의 교대 투입은 지자체나 정부의 입장에서 공익성 외 경제성과 효율을 기대하긴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크린텍의 ‘크린스카이 2.0K’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 미세먼지 흡수와 살수를 겸용한 순수 전기 소형 청소차량으로, 최근 서울과 대전을 비롯한 3개 지역에서 환경미화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각 지역 지자체와 선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크린스카이 2.0K’는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각각 우수디자인과 성능 인증을 획득했으며, 친환경성과 기술의 난이도를 인정받아 한국특허대상도 수상했다.

 가까운 미래엔 ‘사람과 로봇의 협업 위생으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 크린하게’라는 크린텍의 슬로건처럼 크린텍은 환경미화원과 시민의 지근거리 모든 청소차량에 친환경 차량이 함께 할 날을 대비하고 있다.

 크린텍은 실내 청소차 유통에서 나아가 엔진형 도로청소차를 전기형 도로청소차로 바꾸는 제조 기반의 신사업에 도전하고 있으며, 연구개발비 또한 2년 만에 100배를 증액해 사실상 사내 벤처 창업을 상회하는 혁신을 통해 제3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실제 30년에 달하는 사업 경력임에도 지난해 벤처기업과 이노비즈 인증을 받아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고예성 크린텍 대표
고예성 크린텍 대표

# 직급·서열 탈피로 고객 접근성 향상

 서비스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이질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나 주체에 따라 그 품질이 달라진다’는 특성이다. 크린텍 또한 기업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을 청소장비의 ‘도·소매업’에서 고객 관계·관리 기반 렌털 ‘서비스업’으로 변화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크린텍은 현재 용인에 위치한 본점 외 서울·성남 등 5개 광역시에 사무소가 자리잡고 있다. 반면 크린텍의 제품은 전국에 걸쳐 1만5천 대가 넘다 보니 현장으로 출퇴근하는 제한된 인력으로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크린텍은 근거리에 위치하지 않은 직원일수록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관리가 아닌 전산화된 성과 모니터링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에 회사의 자원과 고객의 정보를 일찍이 전산화했고, 고객 민원 해결을 1시간 이내에 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고객 대응 만족도를 높였다. 그 결과, 직원은 정해진 전산적 매뉴얼에 따라 안정적인 응대를 실현했고, 관계·관리 서비스 품질의 만족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고 대표는 인사조직 문화에도 개편을 추구했다. 직급을 없애고 직책만 있는 체계를 수립해 조직원들이 책임감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했다. 사내 정치와 같은 문제에 얽매임 없이 자신의 직무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셈이다.

 크린텍은 ‘회사가 잘되면 보상이 따른다’는 식의 일부 열정만을 강요하는 중소기업과는 달리 성과 보상에도 투명해지고자 노력했다.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 ‘미래성과공유제기업’ 인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직원 성과에 대한 공정한 배분은 다시 크린텍 혁신을 위한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통상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퇴사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지만 크린텍의 경우 직원의 3분의 1 이상은 7년 이상 근속하며 회사의 미래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 고예성 크린텍 대표이사 인터뷰

-기업 운영 모토가 있다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자는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을 깊이 새기고 있다. 즉, 자신의 좋지 않은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꿔 부정적인 생각과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 행동하고 있다. 또 ‘서두르지 않아도 적시에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항상 하며 체계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 발전을 위한 독자적인 방법은.

 ▶‘혁신’과 ‘기업 체질 변화’로 뽑을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외부 위기환경에 극복하기 위해 기업 체질 변화를 한 단계씩 실행하고 있다. 다양한 비전들을 관통하는 핵심 비즈니스는 고객과의 관계·관리이다. 기존의 판매 방식이 일회성 판매와 서비스(A/S) 지원이었다면 현재는 렌털 방식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큰 규모의 렌털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러 불과 3년 만에 렌털 대수를 2배 이상 늘리는 성과를 기록했다.

-위기 발생 시 대처 방안은.

 ▶매달 사업계획을 세울 때 직원들을 참여시켜 공유하고 있다. 회사 주요 성과와 각 업무 파트가 어떤 일을 했는지 꼼꼼하게 공유하고 직원들의 주요 목표 진척도를 확인하고 있다.

 또 직원 한 명, 한 명과 직접 면담해 개선할 점과 어려운 점 등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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