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주 전력 예비율(평일 기준)이 11.1∼16.8%를 기록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전력 사용이 증가하면서 6∼7%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여유 있게 넘어갔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예비율 전망치와 실제 간 차이가 크게 발생한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전력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예측기법에 결함이 있든, 에너지 전략이 실패했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여당과 정부는 이번 문제가 탈원전과 관련 없으며 전력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팩트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신월성 1호기는 계획보다 5주, 신고리 4호기는 1주일 앞당겨 가동됐다. 7월 말 승인 예정인 월성 3호기도 24일부터 전력생산이 재개됐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기존 원전의 정비 기간을 늘리는 바람에 수급 불안이 야기됐고, 부랴부랴 원전 재가동 시점을 앞당긴 덕분에 위기를 넘어갈 수 있었다’고 본다. 바꿔 말해 탈원전을 급속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부작용을 없애고자 ‘원전 경제성 및 전력 수요를 낮춰잡다가’ 이런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이는 ‘한수원의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이후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결국 소주성과 부동산 정책처럼 근본 원인은 ‘장기 국정과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 대책 없이 급속하게 추진된 데’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책 합리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우선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국내에서 원전에 의한 사망자는 지금껏 하나도 없었다. 환경 피해 가능성도 허구에 가깝다. 현존하는 지속가능한 탄소제로·청정 에너지원은 원전뿐이다. 

태양광·풍력은 (간헐성 탓에) 24시간 연속 운영되는 기저발전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발전 단가가 저렴한 석탄은 탄소 제로화 흐름에 반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결국 대안이 될 수 있는 건 원전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 국가들도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전문가 집단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금처럼 그런 기능 자체가 상실된 상황이면 공약을 통해서라도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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