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문학산성 발굴 조사. 사진=기호일보DB
2016년 문학산성 발굴 조사. 사진=기호일보DB

인천지역에 산재한 백제 문화재 연구를 위한 국비 지원 근거가 생겼지만 인천시와 기초자치단체는 관심조차 없는 실정이다.

29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다. 이 법에 의거해 고구려·백제·신라·가야·마한·탐라 등 6개 역사문화권의 지정문화재 및 비지정문화재는 연구조사, 발굴, 정비에 국비를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류 백제 전승 등을 통해 초기 백제의 주요 거점으로 주목받아 온 인천지역에서 백제문화권과 관련해 국비를 요청한 기초단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고학계에서 백제유적으로 추정하는 인천지역의 유적은 미추홀구 문학산성과 계양구 동양동 고분 등 최소 13곳에 이른다. 이들 백제유적의 발굴은 대부분 지표조사 단계에 머물러 조사 성과가 공주·부여와 같은 타 백제 도시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비를 지원받아 지정·비지정문화재를 중심으로 정밀한 발굴조사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백제 유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천지역 백제 유적 발굴은 인천지역사 연구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학산 일대의 백제 관련 전승에 가치를 부여해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문화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희인 인천도시역사관장은 "문학산성의 경우 비류 백제 전승이 짙게 남아 있고, 격자무늬 토기와 같은 백제의 흔적이 확인됐지만 군부대 주둔 등의 문제로 발굴보다 훼손이 많이 이뤄진 유적"이라며 "비류 백제와 초기 백제에 대한 명확한 확인을 위해서라도 시와 구가 발굴 및 연구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와 기초단체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새로운 법과 관할 구에 존재하는 유적의 가치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시 관계자는 "5월 문화재청의 수요조사에 대한 공문을 각 기초단체에 보냈지만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며 "아직 시행 초창기라 타 시도의 사례를 검토한 후 신청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구에 백제 유적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듣는다"며 "시는 특별법 및 시행령에 관련해 진행 중인 사업이 있으면 기초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수준의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이민철 기자 ghle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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