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별시민 유신자 씨(작은사진). 백령도에서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공>
환경특별시민 유신자 씨(작은사진). 백령도에서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공>

"백령도 두무진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점차 점박이물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졌고, 서식지를 관리하고 사랑해줘서 자자손손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환경특별시민 유신자(여·53)씨가 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물범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백령도에서 나고 자란 유 씨가 운영하고 있던 펜션에 환경단체가 점박이물범을 조사하러 방문한 것이다. 

 섬 주민으로서 인근에 점박이물범 서식지가 있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보호해야 하는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금방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환경단체에서 천연기념물 지정 사실에 대해 알려주고 2009년 ‘점박이물범 생태해설가 과정’에 참가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보호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유 씨는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주민들 20여 명과 함께 모여 2013년 ‘점박이물범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점사모)’도 만들었다. 이 모임은 점박이물범 보호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을 하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점박이물범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관찰 활동을 하기도 한다. 

 백령도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점박이물범 생태동아리를 결성해 함께 활동하는 등 백령도 주민들의 점박이물범 사랑은 남다르다. 

 점사모 활동은 최근 큰 성과를 잇따라 내기도 했다. 주민들이 육지에서 필드스코프로 점박이물범의 생태를 모니터링하는 동안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백령도 해안에 점박이물범 300여 마리가 비좁은 서식지를 두고 서열싸움을 하느라 경쟁에서 밀려난 개체들이 다치기도 하고, 어린 물범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었다. 이에 백령도 주민들은 해양수산부에 인공쉼터 조성을 건의했으며, 2018년 11월 백령도 물범바위 인근 해역에 인공암초가 조성됐다. 주민들의 노력 끝에 매년 물범 100여 마리가 인공쉼터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생태관광지역으로 점박이물범 서식지가 선정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되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생태관광 프로그램 운영, 관광센터 설치, 자연환경 해설사 배치, 홍보 활동 등을 추진할 수 있다. 

 백령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점박이물범 보호 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환경부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해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유 씨는 앞으로도 점박이물범이 백령도에서 만큼은 기후변화와 해양쓰레기 등으로부터 벗어나 잘 쉬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유 씨는 "백령도를 방문하는 일부 관광객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물범바위에서 큰 소리를 내는 등 자연을 훼손하는 모습을 볼 때면 몹시 화가 나기도 한다"며 "점박이물범들에게 백령도만큼은 청정지역이 될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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