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이러한 활동을 몸소 실천하고, 이웃과 함께 더 큰 영향력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에서 유기질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공동체가드닝인 ‘분해정원’을 운영 중인 이아롬(35·여)씨다.
이 씨는 2014년부터 개인적으로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텃밭에 퇴비를 주는 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자연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특히 이웃들이 동참하도록 하려면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다양한 퇴비화를 시도해 보던 중 ‘혐기발효’ 방식을 발견했다.
‘보카시’라고 부르기도 하는 혐기발효는 집에서 가장 쉽게 유기질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실내에서 한 달 동안 유기질 쓰레기를 삭히고, 이후 흙과 섞어 퇴비로 만드는 것이다. 삭히는 동안에는 공기를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에 냄새나 벌레가 생길 우려가 없고,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된다. 이 씨가 퇴비화 방법으로 혐기발효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씨는 올해 초 주민자치회 환경분과에 가입해 ‘분해정원’을 제안했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유기질 쓰레기를 공원에 비치된 통에 모으고, 이를 혐기발효 등 퇴비화해 정원 꾸미기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분해정원 명칭은 생산과 소비뿐인 우리의 일상에 ‘분해’를 넣어 순환의 원을 닫아보자는 의미로 지어졌다.
분해정원 가꾸기 활동에는 이 씨를 비롯해 5가구가 동참하고 있다. 분해정원은 현재 귤현동에 두 군데 조성돼 있다. 지난 3월부터 이웃들이 모여 간단한 교육과 모종 기르기부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함께 화단을 만들었고, 이후 직접 모종을 낸 백일홍과 금어초, 토종 벼 등을 화단에 심어 기르고 있다.
분해정원이 조성된 곳은 담배꽁초 등 상습적인 쓰레기 투기 장소였다. 하지만 주민들이 정원으로 관리하니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민이 많이 줄었다. 여기에 한 달에 2번 정도 퇴비 통을 비우고 정원을 돌보는 등 활동을 하다 보니 코로나19로 단절된 관계도 유지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실천하던 퇴비화가 이제는 마을공동체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아롬 씨는 "처음에는 분해정원 운영에 우려도 많았지만, 이제는 이웃들의 꾸준한 참여와 관리로 화단이 자리를 잡아 동네의 명소가 됐다"며 "이곳에서 키운 꽃은 회원들이 나눠 갖거나 선물하는 등 마을에서 퇴비를 만들어 꽃을 기르는 문화를 확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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