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 종합정보시스템(KHIDI)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7조8천39억 원으로, 2015년 5조2천656억 원에 비해 48% 급성장했다.

흔히 의료기기 분야를 떠올리면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내과와 같은 메이저 서저리(Major Surgery) 진료과에서 물리적인 외상이나 질병에 대한 치료·검진 등에만 사용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기준 환자 1인당 연간 외래진료 건수는 16.6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8회를 크게 상회하는 의료접근성 최상위권 국가 중 하나다.

이같이 높은 의료 접근성은 치료 목적 외에도 미용이나 만성적인 통증 완화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으로 발걸음하기 용이하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를 넘나들며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을 책임지는 ㈜에스제이글로벌은 2009년 부천시에 설립된 의료기기 제조·판매회사로, 다양한 의료기기를 직접 연구개발하는 경기도 여성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스제이글로벌 회사 내부.
㈜에스제이글로벌 회사 내부.

# 의료기기의 국산화 의지로 시작된 사업

㈜에스제이글로벌 전향희 대표는 회사를 창업하기 전까지 19년을 물리치료사로 재직해 온 업계의 베테랑이다. 물리치료를 위해 사용하던 의료기기가 모두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 외국산 장비들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 직접 국산 의료기기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던 게 ㈜에스제이글로벌의 시작이다.

하지만 창업 후 전 대표는 의료기기 개발을 주도하며 그동안 왜 국산 의료기기 개발이 부진했는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차별화를 위해선 기존 특허를 피해야 함은 물론이고 새로운 공법이나 기술, 효능 등이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건 의료기기의 경우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판매허가를 받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영세한 신생 중소기업으로서는 문턱이 높았다.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고 기존 공법이나 기술을 활용해 양산형 제품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 대표는 내 손으로 국산 의료기기를 만들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모색했다.

물적·인적 자원이 한정적이었던 ㈜에스제이글로벌은 그간 개발인력이나 연구개발 자금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경기도 ‘지역협력연구센터(GRRC)’의 산학협력 지원을 통해 아주대학교와 손을 잡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을 개발하며 정체된 연구개발의 막힌 길을 뚫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행보는 ㈜에스제이글로벌의 전문적인 독자 기술력 확보의 효시로 평가할 만하다.

# 국산화 고심 끝 성과 ‘크라이오셀’

㈜에스제이글로벌의 업계 진출 신호탄을 알린 제품은 2008년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돼 창업 시기부터 함께 해 온 ‘크라이오셀’이다. 이 제품은 당시 의료기기업계에선 생소한 반도체 기술을 접목, 냉온 전기자극 병행이 가능한 제품으로 좌상, 염좌에 의한 통증 치료, 근육 강직 이완 등 급성·만성환자에서 모두 효과성을 입증했다.

㈜에스제이글로벌은 도내 여성기업답게 여성을 위한 제품 개발에도 힘썼다. 아주대와의 산학협력 결과물인 ‘우먼 케어’는 일생 동안 여성 4명 중 3명이 겪는다는 질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주안을 둔 제품이다.

그간 질염의 경우 염증 완화를 위해 환자가 경구 약물을 처방받거나 생리식염수로 환부를 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에스제이글로벌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질염 치료 장비인 ‘우먼 케어’는 ‘세정’이 아닌 LED광을 이용해 환부에 직접 ‘살균’토록 해 질염의 원인이 되는 균을 물리적으로 사멸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 외에도 ‘크라이오셀’ 제품을 경량화한 ‘쿨이온’, 초음파 자극을 통해 비만 치료, 근육 이완 및 통증 제거 등에 도움을 주는 ‘소노플러스’, 그리고 올해 하반기 제품화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둔 ‘프라메디슨’은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창상 치료기기이다.

이처럼 반도체, 초음파, 플라즈마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에스제이글로벌의 의료기기들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개발을 이어왔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 질염 예방 치료장비 ‘우먼 케어’. 냉온 전기자극 병행 가능한 ‘크라이오셀’.
여성 질염 예방 치료장비 ‘우먼 케어’. 냉온 전기자극 병행 가능한 ‘크라이오셀’.

# 의료기기 국산화에 끌리는 관심

현재 ㈜에스제이글로벌 사옥은 부천에 자리잡고 있다. 의료기기의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책임지는 사옥은 식약처 ‘GMP(Good Manufactured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은 자체 생산시설까지 갖춰 ㈜에스제이글로벌의 안정적인 생산력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모든 제품의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기업부설연구소는 ㈜에스제이글로벌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금도 ㈜에스제이글로벌은 신의료기술을 접목한 첨단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연간 총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에스제이글로벌의 대다수 제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도 병행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특히 올해 글로벌 출시를 앞둔 창상 치료기기 ‘프라메디슨’은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최초의 의료기기로, 본격적인 시판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는 게 ㈜에스제이글로벌의 설명이다. 더불어 이 성과가 아주대와의 산학협력으로 이뤄 냈다는 점은 경기도 산학협력 성공 사례의 표본으로 삼을 만하다.

 

# 전향희 ㈜에스제이글로벌 대표 인터뷰

-사업을 시작한 계기와 기업이 가진 특별한 점은.

▶물리치료사로 19년간 재직하다 국산 의료기기 시장의 열악한 저변을 보고 독자적인 우수한 기술력의 국산 의료기기를 개발·제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

의료기기 반도체 기술을 접목한 급성·만성환자 치료 의료기기인 ‘크라이오셀’처럼 신기술을 접목한 첨단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제조한다는 점이 차별된다. 특히 ㈜에스제이글로벌은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연간 총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중소기업이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아주대와 6년간의 협업 끝에 개발한 플라즈마 활용 의료기기 ‘프라메디슨’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현재 해외규격인증 및 국제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특허협력조약) 출원을 마치고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2025년까지 글로벌 25조 원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경영상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신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는 의료기기는 까다로운 식약처의 허가를 받기까지 금전적·시간적 소요가 많다. 이 때문에 대기업만이 진출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 중 하나이다. 중소기업인 ㈜에스제이글로벌은 개발인력과 연구개발 금액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아주대와의 산학협력으로 어려움을 무사히 극복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은.

▶2008년 개발한 크라이오셀은 급성·만성과 관계없이 선택적인 치료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복합 의료기기이다. 이 외에도 골프선수 박세리가 모델로 있는 냉온 의료기기 쿨이온, 글로벌 출시를 앞둔 플라즈마 의료기기 ‘프라메디슨’이 있다. ‘프라메디슨’의 경우 플라즈마를 이용한 최초의 의료기기이다 보니 언론의 반응이 뜨겁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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