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2층 장기기증자 추모현판 앞에서 생명나눔주간을 맞아 생명나눔스토리전(展)이 진행되고 있다.사진=홍봄 기자
16일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2층 장기기증자 추모현판 앞에서 생명나눔주간을 맞아 생명나눔스토리전(展)이 진행되고 있다.사진=홍봄 기자

"고인의 고귀한 희생을 통해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리게 됐습니다.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엄마의 신장이 누군가의 몸에서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잠시나마 슬픔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엄마는 일찍 떠나셨지만 기증받으신 분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2월,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된 고(故) 김경숙 씨의 가족들과 수혜자 주치의가 주고받은 편지의 한 구절이다.

16일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2층 장기기증자 추모현판 앞에는 이 같은 기증자들의 사연을 담은 액자가 놓였다. 이번 전시는 장기·인체조직 기증자의 이웃사랑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장기기증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생명나눔주간(9월 13~19일)을 맞아 마련됐다.

지난해 국내 이식 대기자는 4만3천여 명으로, 478명의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했다. 인구 100만 명당 장기 뇌사기증률은 미국 38명, 스페인 37.9명, 한국 9.22명이다.

장기 뇌사기증률이 낮은 원인 중 하나로는 장기기증에 대한 생소한 인식이 꼽힌다. 갑작스럽게 뇌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평소 생각해 본 적 없는 기증을 결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타인에게 내 가족의 장기를 기증하길 꺼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평소 가족끼리 장기이식에 대한 생각을 나눠 봤거나 기증자가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해 뒀을 경우에는 가족들이 마음을 굳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지난 5월 인하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정다솜(29)씨는 평소 장기기증을 긍정적으로 생각한 부모의 결정으로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하며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김현화 인하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는 "어려운 결정임을 알기에 장기이식이 누군가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숭고한 선택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장기이식을 위해 얼마나 많은 가족들과 의료진이 고민하고 노력했는지 수혜자들에게 설명하면 모두 눈물을 흘리신다"고 말했다.

기증자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수혜자의 상태가 크게 악화되고 나서야 장기이식이 이뤄지는 점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난 7월 가천대길병원에서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은 장희재(45)씨는 우선순위 수혜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차순위로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의료진들은 장기기증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장기기증자에게 감사하고 가족들을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진 가천대길병원 장기이식팀 외과 교수는 "장기기증자는 사회구성원을 살리는 사회적 의인인데 그만큼 예우를 하는 제도와 분위기가 뒷받침됐으면 좋겠다"며 "기증자의 가족들을 존경하고, 가족들 스스로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캠페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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