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검단탑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이진구 검단탑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이유 없는 피곤함, 갑상샘 때문인가요?" 

외래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며 내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갑상샘은 그 자체가 병명이 아니다. 목의 한가운데 앞으로 튀어나온 방패연골이라는 물렁뼈의 아래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이곳에서 갑상샘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샘호르몬은 신체의 대사를 조절해 에너지 소모에 관여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등의 기능을 한다. 갑상샘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경우를 갑상샘 기능 항진증이라 하며, 여러 원인이 있지만 항진증의 대부분은 그레이브스병이라는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갑상샘호르몬 분비량이 적어지는 경우를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라 한다. 원인은 자가면역성 갑상샘염이 가장 흔하며, 대표적인 것이 하시모토병이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을 일으키는 그레이브스병의 경우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체중 감소, 전신 쇠약, 근력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땀이 많이 나고 더위를 참기 힘들다. 식욕이 좋아 잘 먹어도 체중이 감소한다면 갑상샘 기능 항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가슴 두근거림과 운동 시 호흡곤란을 느끼는데 안정 시에도 맥박이 빠르고, 긴장하거나 움직이면 더 심해진다. 심한 경우 숨이 차고 손이 떨린다. 많은 환자에서 배변 횟수가 증가하고 묽은 변을 호소한다.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이 나타나며 월경량이 감소한다. 대부분의 경우 갑상샘이 커지는데 갑상샘 전체가 미만성으로 커진다. 또한 안구 돌출, 눈꺼풀 부종, 결막 충혈 등의 눈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치료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작한다. 항갑상샘제를 1∼2년 정도 복용하면 40∼70%는 완치되나 재발할 수 있다. 재발이 반복되거나 항갑상샘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환자의 경우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나 수술 등의 치료를 고려한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은 몸의 열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체온이 낮고 몸이 차며, 추위를 견디기 힘들게 된다. 몸의 모든 대사가 느려져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데 식욕이 없어 잘 먹지 않는데도 체중이 늘고, 쉽게 피로하고 의욕이 없으며 기억력이 감퇴한다. 또한 얼굴과 손발이 붓고 변비가 생기며, 팔다리가 저리고 쑤시며 근육이 단단해지고 근육통이 생긴다. 여성의 경우 흔히 월경량이 많아진다. 바이러스에 의한 갑상샘염, 산후 갑상샘염 등에 의해서도 올 수 있고 갑상샘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은 후 뇌하수체 손상을 받은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치료는 일정량의 갑상샘호르몬을 보충해서 복용하면 된다. 일부 갑상샘염은 비교적 단기간 치료를 통해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으나 하시모토 갑상샘염을 포함한 대부분의 갑상샘 기능 저하증은 한 번 발생하면 영구적이어서 평생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 한 번 갑상샘호르몬제를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치료 자체는 간단하며, 갑상샘호르몬은 우리 몸이 만들어 내는 호르몬이 부족해 보충하는 것이므로 갑상샘호르몬제를 장기간 복용한다고 해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검단탑병원 내분비내과 이진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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