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인천 중구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청년 김구 역사거리 조성사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두 번이나 옥살이를 했던 인천감리서 터 주변을 정비하고, 신포로에 인도와 공공조형물을 설치해 이 일대를 테마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신포문화의거리 로터리를 광장으로 만들어 방문객과 주민의 쉼터로 활용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우리 민족의 스승인 김구 선생을 기리자는 데 딴지를 걸 사람은 없다. 오히려 두 차례나 인천에서 옥고를 치른 김구 선생의 결기와 자주독립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널리 알리는 사업에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사업의 가시적 결과물이 공공조형물로 귀결됐다는 점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인천 중구의 공공조형물 설치 작업이 재개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이번 사업이 전과 다른 점은 그동안 단골로 써 먹던 일본과 중국 관련 주제를 김구 선생으로 바꿨을 뿐이다. 도시 공간적 스케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맥락과 연계성. 무엇 하나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채 여러 요소를 배치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주일에 2, 3일은 중구 개항장거리를 걷는다. 특정 시기에는 매일 찾기도 한다. 동네 주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나 나름 잦은 방문객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업의 성과를 직접 느껴 보기 위해 공사구간을 걸어보고, 김구 선생 동상 옆에 서서 비슷한 시선으로 바다를 응시하기도 했다.

보행환경 개선 효과는 뚜렷하다. 보도가 설치돼 걷기 편하다. 광장에 박혔던 볼라드를 없애고 새롭게 광장을 조성해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한 점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김구 선생이 두 차례나 등장하는 동상, 전신주 애자처럼 생긴 판형 조형물, 주차 차량에 가려 보이지 않는 옹벽 앞에 세운 대형 설치물, 상점 벽에 달아 맨 김구 선생과의 교감 코너는 생뚱맞다. 품격은 고사하고 맥락도 보이지 않는다. 사업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위원회는 ‘청년 김구 역사거리 조성사업’에 대해 2021년 1월 회의에서 몇 가지 우려를 들며 조건부로 가결했다. 위원회는 노역과 투옥이 희화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조형물이 설치될 망루형 공간을 대체할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시적으로 드러난 결과물을 보면 인천 중구가 이러한 지적사항을 성실히 이행했는지 의심이 간다.

공공조형물을 이용해 도시공간의 이미지를 가꾸는 작업은 필요하다. 다만, 공공공간에 설치되는 만큼 공공성이 중요하며, 기본적으로 예술적 가치에 기반을 둔 조형성을 갖춰야 한다. 설치 후에는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많은 공공조형물이 애물단지 논란에 이어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되는 이유는 전시행정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천 중구는 원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공공조형물을 설치해 왔다. 그 가운데 방문객과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은 조형물이 한 점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거리 곳곳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은 개항장의 품격을 떨어트려 왔다. 2019년에는 중구청 앞 고양이상과 인력거상을 철거해 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랐을 정도다. 김구 선생을 기리려고 세운 조형물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누를 끼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도시가로는 조형물로 채워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삶이 이뤄지는 장소이다. 인천 개항장이 품격 있는 도시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당 자치단체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공공조형물의 무분별한 설치가 가져오는 피해는 온전히 주민 몫이다.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을 우선하는 방향에서 도시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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