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오는 10월 21일은 제76주년 경찰의날이다. 1948년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한 이후 1957년 11월 내무부 훈령에 따라 이날을 ‘경찰의날’로 지정했고,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 주관 기념일로 확정돼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사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을 ‘경찰행정’ 또는 ‘질서행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국가의 핵심적인 기능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처럼 중요하고도 어려운 경찰행정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들을 격려·위로하기 위해 ‘경찰의날’을 지정해 기념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올해 경찰의날은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경찰 76년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중요한 제도 변화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7월 1일부터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됐는데 이들 제도 변화는 국민 생활과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검경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이 준비 부족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노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수사 업무가 폭주하면서 늑장·부실 수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기·횡령사건 등에 대해 경찰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더라도 "고소·고발(형사소송)이 아니라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접수를 기피·반려하는 일이 잦다고 하며, 고소·고발을 하더라도 접수만 하고 처리를 하지 않는 ‘캐비닛 사건’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화천대유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 수사를 질타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와 관련한 횡령·배임이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고서도 6개월 동안 입건 전 조사만 하다 뒤늦게 강제수사로 전환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는데, 김창룡 경찰청장이 "초기 판단이 잘못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밖에도 성범죄 피해자에게서 신고를 접수한 지 1년이 다 돼서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늑장 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감찰에 착수한 사례도 있고, 80억 원대 법인 횡령 고소사건을 19개월 동안 늑장 수사한 사례가 드러나기도 하는 등 전국적으로 늑장 수사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수사는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므로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즉시 전격적으로 착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늑장 수사를 하게 되면 중요한 증거를 놓치게 될 우려가 매우 커진다. 따라서 경찰은 절대로 늑장 수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자치경찰제 시행에도 미흡한 점이 드러나고 있다. 자치경찰제의 취지는 경찰권 분산 도모 및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지역별 치안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안행정서비스를 제공해 주민 밀착 치안 강화로 국민 편익과 안전을 증진시키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치경찰제 하에서는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 밀착형 사무는 자치경찰이 맡고, 정보·보안 등은 국가경찰이 맡는 등 경찰 업무가 이원화된다. 그런데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자치경찰제가 본래 취지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현행 자치경찰 업무의 한계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고, 자치경찰의 예산·인사권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향후 경찰은 당면한 문제점들을 잘 해소함으로써 검경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이 잘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인력의 증원·전문화, 시설·장비의 현대화 등에도 노력해 주기 바란다. 특히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기대가 종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국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경찰의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커졌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제76주년 경찰의날을 앞두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모든 경찰공무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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