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가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 조성사업’을 통해 또 다른 지역 혁신에 나선다.

 2023년까지 총 12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금북정맥 안성구간 생태숲길 복원을 비롯해 칠장산, 금광호수, 서운산 등 3개 순환코스를 연계한다. 안성의 역사와 문화, 친환경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지역 관광의 명소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의 핵심 요소인 탐방 노선도와 구간별 주제도, 상징성 등 금북정맥 탐방로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금광호수 하늘전망대.
금광호수 하늘전망대.

# 우리나라와 안성이 걸어온 역사·문화·생태의 ‘길’

‘길’은 개인의 삶과 또 다른 이의 삶을 연결하고, 삶의 무리는 하나의 터전을 이뤄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예부터 새로운 땅의 정복은 물론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고 각종 물자와 지식, 문화의 기술을 전파하는 등 국가와 도시의 번영을 이루게 하는 근간이었다. 

이처럼 ‘길’은 역사와 인류문명의 발전을 닦는 기초가 된 셈이고,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사회·경제·문화·역사가 서로 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안성은 조선시대 3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물화(物貨)가 모여드는 풍요로운 고장이었다. 오래전부터 장시가 발달해 연암 박지원은 18세기 후반 ‘허생전’에서 안성이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삼남의 물화(物貨)가 서울로 이송되는 길목"이라고 기록하기도 했다. 

안성은 장시의 눈부신 발달과 함께 ‘길’의 발전을 이끌어 왔으며, 안성을 오가는 ‘길’ 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찬란한 역사·문화를 써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

안성의 이야기는 수려한 금북정맥의 자연경관, 생태·문화·환경을 벗 삼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생태문화탐방로’ 조성사업이라는 또 다른 전환점에 이르렀다. 

# 누구나 쉽게 즐기는 금북정맥 생태탐방로

국가생태문화탐방로 조성사업은 2020년 환경부 국고보조사업에 선정됐으며, 총 사업비 120억 원 가운데 75%인 90억 원을 국·도비에서 보조받게 된다.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국립공원공단 위탁)이 완료됐으며, 각종 행정절차를 거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23년 탐방로 조성을 마칠 예정이다. 

사업을 구체적으로 보면 ‘칠장산~옥정재~서운산~엽돈재’ 구간을 잇는 숲 생태길(종주형) 28.8㎞와 3개의 구간별 순환코스 48.6㎞, 기타 접근로 3.4㎞ 등 총 80.8㎞ 구간으로 훼손된 숲길을 생태 복원할 계획이다. 

금북정맥 종주형 코스의 핵심 탐방 주제는 7개 산봉과 고개를 넘어 자아실현과 성공·행복 기운을 경험하는 것으로, 스토리텔링은 ‘일곱 개의 숲을 넘어 비로소 빛을 발하다’이다. 

칠장사 순환코스(12.9㎞)는 칠장사~3정맥분기점~칠현산 일원 순환형 3개 코스로 핵심 탐방 주제는 궁예와 어사 박문수의 삶에 빗댄 성공의 갈림길이다. 스토리텔링은 ‘당대 최고 전설들을 마주한 성공의 갈림길을 걸어본다’이다.

금광호수 순환코스(15.9㎞)는 금광호수~탐방안내소~혜산정 일원 순환형 3개 코스로 핵심 탐방 주제는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인문학 시상(자연)에 빗댄 코로나19 보건위기와 우리 ‘인간성’ 성찰이며, 스토리텔링은 ‘일곱 빛깔 언덕을 돌아 금빛 하늘에 닿으면 오래전 전해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이다.

서운산 순환코스(19.8㎞)는 석남사~서운산~청룡사 일원 3개 코스로 핵심 탐방 주제는 안성 남사당패 바우덕이의 ‘화양연화’와 같은 삶과 서운산 자락의 인간적 서민의 지혜로운 삶 경험이며, 스토리텔링은 ‘산줄기에 기대고 물길에 안기어 사는 삶’이다.

탐방 편의시설로는 탐방안내소, 금광호수 하늘전망대 및 탐방대, 정상 전망대 및 탐방데크, 이정표·안내판·해설판 등 기타 부대시설 등이 새롭게 조성되며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안성의 역사·문화와 생태를 몸소 느껴 볼 수 있는 각종 체험시설이 운영될 계획이다. 

금북정맥 탐방안내소 조감도.
금북정맥 탐방안내소 조감도.

# ‘7’로 이어진 길 이야기…‘행복(幸福)’, ‘성공(成功)’ 상징

안성시 국가생태문화탐방로는 유독 ‘7’이라는 숫자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탐방로 초입에 위치한 천년고찰 칠장사는 어사 박문수가 과거를 치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중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린 뒤 꿈속에서 과거시험에 출제될 문제를 보고 장원급제했다는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詩)’와 같이 행운이 깃든 설화가 존재한다.

칠장사를 창건한 혜소국사가 7명의 악인을 교화해 현인으로 만들었기에 칠현산으로 불리고 있으며, 7명의 현인이 오래 머물렀다 해 칠장사로 불렸다는 구전도 ‘7’이라는 숫자와 연관이 있다.

특히 28.8㎞에 이르는 금북정맥 종주코스는 지형적으로 7개의 산봉과 고개로 구성돼 있는데 7번의 오름과 내림을 반복, 다양한 생태·경관을 체험할 수 있는 장거리 도보 여행코스로 ‘일곱 개의 숲을 넘어 비로소 빛을 발하다’라는 탐방 주제 및 스토리텔링을 구상하고 있다.

금북정맥의 ‘숲’은 수려한 생태·경관·역사·문화와 같은 실존적 가치를 나타내고, 인간의 고뇌와 역경을 넘나드는 7개의 산봉과 고개를 빗대어 은유적 가치로 담아냈다. 인생의 자아실현과 함께 역경을 벗어나 장원급제와 같은 삶의 행복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탐방로의 의미가 서려 있다.

# 단순한 도보 탐방 넘어 안성시 전체 파급력 기대

국가생태문화탐방로는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가치 있는 생태적 자원 및 배경을 가진 역사·문화적 자원을 보다 쉽게 찾고, 즐기고, 배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전 국토에 걸쳐 국가와 지자체가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선정·조성·관리하는 도보 위주의 길과 시스템(국가생태문화탐방로 조성·운영 가이드라인, 환경부. 2015)으로 정의된다.

이에 따라 안성시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는 안성이 보유한 생태·문화자원을 활용해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는 포용적 이용 경험과 체험적 요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안성시 관광 활동과 연계한 체류형 탐방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산업 전반에 활력과 파급력을 불어넣는 길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위드 코로나 등 글로벌 환경 및 보건 위기에 대응해 미래 세대를 향한 맞춤형 생태·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함으로써 푸른빛이 맴도는 안성맞춤형 환경교육 거점도시로서 지역 브랜드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김보라 시장은 "금북정맥의 자연과 역사, 문화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수도권을 대표하는 생태문화 탐방로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과 더불어 안성이 가진 천혜의 생태가치 증진은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들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성시가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지역 혁신의 이정표가 담긴 금북정맥 생태문화탐방로를 통해 ‘더불어 사는 풍요로운 안성’의 진면목을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성=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사진=<안성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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