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건축물은 실용적 목적 외에도 문화나 감성을 버무려 정체성을 알리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그러나 디자인에만 치우친다면 각종 안전사고나 불편으로 인한 문제점이 다양하게 발생한다. 특히 미관을 위해 건물의 외벽이 통유리로 설계된 경우는 내부 온도 상승으로 과도한 냉난방비 지출과 이용자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2020년 에어컨 화재 발생 건수 706건 중 과열이나 과부하에 따른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76%(538건)로 가장 많았다. 화재의 대부분은 건물 외벽에 설치돼야 할 실외기가 건물의 미관을 위해 실내로 들어오며 실외기 열을 배출하기 위한 루버창을 개방하지 않은 경우로 추정된다.

지난 1월엔 에어컨 실외기를 건축물 내부에 설치 시 가구당 1㎡까지 바닥면적에서 제외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며 앞으로는 건축설계의 제약 없이 실외기실을 내부에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남시에 터를 잡은 ‘티모션코리아’는 유리 창문이나 루버창의 자동 개폐 장치 및 모터 등의 맞춤 제작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경기도 여성기업으로, 디자인과 이용자의 안전 및 편의성을 모두 잡기 위한 고민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 남들과 다른 차별화로 성장

보통 ‘실린더’를 떠올렸을 때 ‘엔진’이나 ‘유압’과 같이 기계나 공업적인 단어들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린더는 피스톤 운동을 하는 부분을 일컫는 말로, 우리의 생활 반경 내 움직임이 필요한 많은 사물에 실린더 장치가 적용돼 있다. 예를 들어 높낮이 조절 의자나 책상, 여닫이식 창문, TV 리프트 거치대, 각종 문이나 가구의 경첩 실린더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여성기업 티모션코리아는 실린더와 전동모터, 그리고 자동화를 접목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티모션코리아의 기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독자적 설계와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수요자의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맞춤 설계 부분이다. 

앞서 외벽이 유리로 이뤄진 건물이나 내부 실외기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같이 그간 건축주나 설계사의 의도와 상상력을 그대로 건물에 투영하기 위해선 이용자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작용이 따랐다. 그렇지만 티모션코리아의 유리 창문 및 실외기실 자동 개폐 장치는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충족하면서도 설계상 요구사항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기존의 자동 개폐 장치의 경우 중국의 저가 상품이나 기성 제품을 그대로 수입해 판매하는 수준이지만, 티모션코리아는 수요자가 원하는 사양과 제원에 맞춰 설계 및 제작부터 설치까지 도맡을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산업용 실린더와 모터를 비롯해 각종 시설 제어를 위한 기어박스와 컨트롤박스, 의료장비, 소비자용 가구 등 기계 장비나 움직임이 필요한 모든 곳을 위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티모션코리아만의 차별점이다.

애견 미용테이블
애견 미용테이블

# 현지화와 표준화로 일군 연착륙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걸 책임진다는 티모션코리아의 장현정 대표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11년간 기업을 이끌어 오고 있다.

장 대표는 IMF 경제위기 이전부터 당시 여성들에겐 낯선 분야였던 소형 모터 기술 영업사원으로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관련 분야 창업자와 동업을 하며 모터 기술에 관심을 두게 됐고, 독립된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특정한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땐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접근한다. 현지화(Localization)와 표준화(Standardization)다. 현지 시장 상황이나 경쟁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현지화와 표준화의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며, 때론 이 두 전략을 적절히 융합하는 것 또한 대표의 역량이다.

티모션코리아는 타이완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이다. 장 대표는 이미 타이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티모션이란 기업을 알게 돼 한국에 지사 창업을 결정했지만 본사의 성공이 지사의 성공까지 담보한 것은 아니었다.

장 대표는 티모션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한국 시장을 면밀히 분석했고 맞춤 제작에 강점을 가진 기술력을 살려 신규 시장 개척을 결정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주력으로 삼은 제품이 자동 개폐 장치였다. 티모션이라는 브랜드의 장점은 살리고 한국에 현지화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는 것이 장 대표의 전략이었다.

티모션 본사도 처음엔 자동 개폐 장치를 주력으로 삼는다는 장 대표의 주장에 회의적이었지만 한국의 시장성과 경쟁 상황을 근거로 납득시키며 설득한 결과, 지금의 티모션 한국지사만의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며 신규 건설되는 아파트의 실외기실 내 안전을 위한 자동 개폐 장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의 성장세가 더욱 기대된다.

#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

티모션이 11년이란 업력을 이어온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장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맨땅에 헤딩하듯’ 발로 뛰며 영업 판로를 개척해 나갔다.

그럼에도 장 대표가 지치지 않고 티모션을 성공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영업망이 하나도 없던 사업 시작 시기부터 가져온 "이제 고객사를 늘리기만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었다.

티모션은 현재는 의료기기 관련 제품 개선에 몰두하며 시행착오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인 지사의 경우 단순히 물품을 본사로부터 수입하고 판매하는 개념이라면 티모션 한국지사는 여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제품 개선을 통해 자구적인 경쟁력을 마련하는 것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티모션은 중소기업이지만 ‘사람’이 경쟁력이라는 믿음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우를 보장하고자 주력하고 있다. 금전적 보너스 외에도 최근에는 공동의 취미를 마련하기 위해 골프 동호회를 조직했고, 공유하는 추억들이 쌓여 업무나 직원 화합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 장현정 티모션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사회생활 초기 유럽지역 기술영업을 담당하면서 그들의 100년 역사 속 기계공학의 매력과 기술 분야의 경험에 기대어 언젠가는 나만의 독립된 사업체를 이끌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중국 출장 때 마주한 티모션을 만나 2009년부터 창업을 결심했고 준비 끝에 2010년 5월 사업을 시작했다.

-티모션코리아만의 강점은.

▶일부 경쟁사가 국내에 먼저 진출했지만 단순히 제품을 들여와 유통에 그치는 수준이다. 티모션코리아는 후발 주자였기에 단순한 저가격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성공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국내시장 상황을 분석한 끝에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로 했고, 기존 시장에서 건설 분야의 전동창 제품이나 산업 분야 등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한 티모션의 특수성을 살리는 전략을 택했다.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은.

▶사업 초기 영업적 기반이 없을 때 맨땅에 헤딩하듯 고객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고객사를 늘려 나가는 일만 남았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직접 영업에 뛰어들었다. 지나온 기술영업 경험에서 제품을 개선하기 위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이 어려움이 임계점을 지나며 노하우로 변하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기계전기전자업에서 여성이 영업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때에 따라선 장점이 되기도 했다. 업계에 보기 드문 여성 대표이다 보니 거래처에서 기억을 쉽게 해 주거나 감성으로 접근하는 영업이 가능했고, 지금의 성장을 이끄는 큰 발판이 됐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티모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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