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우리 사회에 사기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부동산사기 등 수법도 다양하고 방식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피해 건수와 규모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재산범죄의 다수가 절도·강도 등이었는데 사회가 발전하고 디지털화되면서 기상천외한 수법·방식의 사기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이스피싱의 경우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범죄자들의 접근과 유혹을 한 번이라도 당해 보지 않은 국민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수사기관이나 자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은 가장 흔한 사례인데, 최근에는 "저금리 대출을 해 주겠다"는 식의 접근을 통해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등에게 큰 피해를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는 최신 범행 수법을 숙지하고, 피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항시 경계하고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출처가 불분명한 앱 설치 요구가 오면 가족 등 지인의 전화기를 이용해 금융회사 또는 금융감독원 콜센터(☎1332)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사기의 경우 오픈뱅킹 방식, IT를 활용해 사기범들이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데이팅앱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친분을 쌓은 후 직접 가상화폐 투자를 유도하거나 가짜 사이트로 환전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 등 여러 가지 신종 사기도 늘고 있다.

최근엔 전세보증금을 떼어먹는 사기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오피스텔 70채를 세 놓은 집주인이 잠적해 버리면서 70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빼앗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의 억울한 사연도 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고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성 지역주택조합 사기도 빈발하고 있다. 전세계약 시 전입신고와 점유 등을 통해 대항력을 갖춰 두고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는 등 보증금을 떼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임차인들이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구비하도록 홍보·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欺罔)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347조). 기망의 수단·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며 작위에 의하건, 부작위에 의하건, 문서에 의하건, 말로 하건 불문하고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사기죄는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범행이 이뤄지는 전형적인 지능범죄이고 화이트칼라 범죄이다. 우발적 범행이 다수를 차지하는 폭행죄나 상해죄 등에 비해 죄질이 더 나쁘다. 또한 대개 소수 특정인을 대상으로 범행이 이뤄지는 절도죄나 강도죄에 비해 사기죄는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 피해 규모도 막대하다. 그리고 대부분 중산층·서민층을 대상으로 범행이 이뤄지므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겪는 재산적·정신적 충격은 거의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기업형 사기범죄도 늘어나고 있고,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연루된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조직적·전문적 사기범죄에 개인들이 자신의 힘과 노력만으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국가가 나서서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 투입해 수사 역량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경찰, 검찰, 국정원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하고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체제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기관들이 정치적 사건의 수사에 집중하는 바람에 민생침해사범에 대한 수사가 늑장 수사, 부실 수사로 되는 경우가 많다. 사기를 당해 피눈물을 흘리는 억울한 국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 대처에 버금갈 정도로 정부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국민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긴급히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