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외아들을 잃은 뒤 평생 온갖 궂은 일을 하며 모은 전재산을 털어 무료양로원을 짓고 노인들을 돌보아왔던 이순덕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할머니의 삶은 여느 한국 어머니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궁색하고 곤고했으나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했기에 아름답고 빛나 보인다. 최근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나라전체나 이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행태들을 보여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상한 국민들에게 이 할머니의 이야기는 작은 위로가 된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탐욕에 물든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 할머니처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그나마 지탱되는 것 아닐까.

한해 기부금 총액이 우리나라 1년 예산액의 두배가 넘는다는 미국에서는 부자들이 다투어 돈을 낸다는데 우리 사회에서 남을 돕는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자신도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이들이다. 한 나라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한 개인이 상류층이냐 하류층이냐를 가늠하는 잣대로 서양 학자들은 흔히 기부문화 수준을 꼽지만 우리나라에는 이 잣대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나라 부자는 대부분 돈을 거머쥐고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만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버림받은 이들을 수용하는 꽃동네에 아무도 모르게 기증한데 이어 지난 8월 평생 모은 270억의 재산을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내놓은 강태원 할아버지 같은이는 아직은 한국사회에서 예외적인 부자일 뿐이다. 그래도 최근들어 소득의 1%를 떼어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일부에서 `유산 남기지 않기'운동도 벌어지고 있다니 다행이다.

중요한 것은 나눔의 정신이다. `가진 자'보다는 `나누는 자'가 아름답다는 것을이 할머니나 강 할아버지의 실천적 삶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모든 사람이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을 몽땅 사회에 환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의 삶을 일상화하는 일은 긴요하다. 수해가 났을 때나 연말 등에 기업들이 마지못해 내는 준조세성 성금이 기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민간기부가 활성화되려면 세제혜택 등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기부행위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기부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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