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연천군 미산면장
이용희 연천군 미산면장

지방소멸, 단순 인구의 감소 추이로 논할 수 있을까? 특히 필자가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연천군도 소멸할 것인가?

소멸이란 사라져 없어짐, 반입자와 소립자가 서로 합체해 그 정지 에너지를 다른 입자의 형태로 내보냄 또는 그런 과정을 뜻한다.

2020년 5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46.1%)이 지방소멸지역으로 분류됐다는 발표를 접하고 연천군에 살아가는 한 군민으로서 황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방소멸위험지수란 한 지역의 가임여성(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의 수치가 0.5 이하일 때 인구 유입 등 큰 변화가 없는 한 30년 후에 소멸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연천(漣川)의 지명을 갖게 된 것은 고려 충선왕 때 연천(漣川, 漣州)으로 개칭됐다가 1414년(태종 14년) 마전현과 병합해 마연현으로 됐다가 동 16년 연천현으로 됐다.

연천군은 천혜의 자연조건(임진강, 한탄강)을 갖춘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고구려 3대 성(호루고루성·당포성·은대성)과 고려말 4왕(태조·현종·문종·원종) 16충신을 제사하는 숭의전(崇義殿)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숭의전의 역사적 의미와 위상 정립 정책토론회’를 숭의전이 소재한 ‘미산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개최한 사실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군민에게 역사적 고증을 통해 연천군은 소멸하지 않음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고 확신한다.

숭의전(崇義殿)이 있는 마전(麻田) 고을은 굉장히 궁벽(窮僻)한 곳이다. ‘연려실기술’에 따르면 숭의전은 경기도 마전군의 서쪽 5리 되는 곳에 있으며 고구려 때의 마전천현, 신라 때 임단으로 고쳤고, 고려 초기에 마전으로 고쳤다. 문종 임신년에 군으로 승격시켰다. 숭의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증동국여지승람’(권13 경기 마전군)에는 "땅이 더 넓어지지 않고 백성이 더 많아지지 않아서 읍의 쇠잔함이 옛날과 같으니 사명을 받들고 오는 사람은 침식할 곳이 없고, 이졸은 평상시에도 비바람조차 가리지 못하며, 학사는 허물어져 선생과 제자가 있을 곳이 없다. 군수의 아문에 이르러서도 초가집에 나무 울타리를 둘러서 자못 관가 같지 않으니 매양 지붕을 일 때면 백성들이 매우 귀찮게 여겼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고을은 없애는 것이 편한데 그래도 감히 없애지 못하는 것은 숭의전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하듯 역사에서 고증하기에 첫째, 땅이 좁고 인구가 없어 쇠잔해져도 둘째, 관공서가 옆집 기와집 같지 않아도 셋째, 이 지역을 없애자 하는 주민 여론이 많아도 감히 없애지 못한 것은 숭의전(崇義殿)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연천군은 경기도에서 5번째로 넓은 토지를 갖고 있는 군으로 구석기로부터 근현대사적 가치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다. 천혜의 자원 보존과 역사적 유적을 다듬고, 문화를 마음에 담아 자긍심을 고취해야 한다. 

연천군은 역사가 증명하듯 고려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러 현존하는 지명으로서 연천군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필자는 후손들이 지역의 가치를 보존하고 다듬어 가꾸면 연천군이 인구 감소로 소멸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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