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최근 낯익은 목소리의 A고객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2년 전 자신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가 상대방이 돈을 갚겠다고 해 해제해 줬는데 아직도 2천여만 원이나 못 받고 있고, 심지어 몇 달 전부터 새로운 물품들을 공급했지만 그 중 1천여만 원도 못 받았으니 총합 3천여만 원에 대한 소송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2년 전 A는 물품대금을 못 받고 있다며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는 법인 B에 대한 소송을 의뢰했는데, A는 B에게 여러 가지 물품을 수차례 계속적으로 공급했고 그때마다 물품 가격도 달라서 어떠한 물품에 대한 미수금인지 특정하기 위해 먼저 과거 몇 년 동안의 물품공급목록 및 영수증과 수십 차례의 입금 내역을 면밀히 대조한 후 B에 대한 내용증명을 통해 미수 금액을 확정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A는 특정된 내용증명상의 미수금에 대한 매출전자세금계산서 목록을 첨부해 B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해 송달·확정됐고, 곧바로 법인 B가 가진 5대 금융사의 예금 채권에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채권압류가 되고 일주일도 채 안 돼 A는 B가 채권압류를 해제해 주면 바로 1천만 원을 변제하기로 했다면서 나머지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꼭 갚겠다고 약속했으니 채권압류를 해제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직 채무 전부를 변제받지 않았으니 압류 해제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극구 말렸으나, A는 당장 1천만 원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는 B의 부탁을 차마 외면할 수 없으니 한 번 더 믿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A는 그 후 2년 동안 대여섯 차례에 걸쳐 500만 원 정도 일부 변제받은 것이 전부였고, 지급명령으로 확정받았던 금액 대부분을 변제받지는 못했습니다. B는 A의 수차례의 변제 독촉에도 묵묵부답이더니 뻔뻔스럽게도 최근엔 새로운 물품을 또다시 주문해 남은 미수금도 모두 해결해 주겠다고 했고, A는 남은 미수금을 받기 위해 B의 요구대로 물품을 공급한 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지만 그 물품에 대해서도 또다시 미수금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지금까지의 총 미수금은 3천800만 원이나 됐고, A는 후회를 거듭하며 이제는 자기도 더 이상 B와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니 어떻게 해서든 미수금만 받아 달라고 했습니다.

위 사안과 같이 채권자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을 경우 채권자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바탕으로 해당 은행에 가서 출금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부탁을 들어줘 채권압류 해지 절차를 직접 밟은 후 채무자에게 돈을 지급받는 것보다 채무자의 계좌에 잔고가 있으면 은행에 출금 신청을 통해 돈을 회수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안전합니다. 

출금 신청조차 한번 시도해 보지 않고서 바로 채권압류 해제 절차부터 밟아 주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채무자의 개인적인 사정이나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채무자의 요청에 따라 채권압류 해제를 해 줬지만, 채무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채권자는 다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채무자가 또 그곳에 돈을 넣어 둘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사실상 별 효용성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채무자가 약속을 어긴 경우에는 사기죄로 고소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만, 채무자에게 채권압류로써 심리적 압박감을 줘 스스로 변제케 하거나 출금 신청을 해 변제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입니다.

위 사안에서 A는 미수금 전부에 대해 다시 소송을 해 달라고 했으나, A는 이미 2년 전 2천만 원에 대해서는 지급명령을 받았으므로 집행문재도부여 신청을 해 강제집행문을 다시 부여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A는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 절차를 할 수 있었기에 법인 B의 카드매출금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습니다. 그제야 B는 A에게 연락을 취해 왔고 다행히 모든 미수금을 변제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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