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최근 2년간 코로나로 인해 경제상황이 위협받고, 현장과 공방을 오가며 일하는 필자 역시 남다르지 않은 상황을 겪으며 지난 세월의 경험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은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청년목수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잠시 과거를 회상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함께 작업하며 나누던 대화, 많은 질문, 기술 전수를 위한 사전 지도, 그리고 실전이 있었지만 미래 직업인의 길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의 질문을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본인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선배 세대들이 닦아 놓은 길의 넓이였다. 

오늘은 그 많았던 질문 중 필자 인생에도 터닝포인트가 됐던 주제를 풀어보고자 한다.

건축, 인테리어, 가구, 조형, 조각 등 다양한 일을 해 오면서 지난 20년간 PB, MDF, 무늬목, 방부목, 래커, 우레탄, 에폭시수지 등 인체 유해한 재료를 쓰지 않고 원목과 천연마감재만을 고집해 온 이유를 제자들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이야기할 기회를 얻은 것은 늦지 않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원목과 천연마감재만을 고집하는 것보다 대중적인 자재와 필름 그리고 화학페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돈이 된다는 건 사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쉽게 얻어지는 결론인데, 백세시대라 일컫는 요즘 우리 주거환경을 뒤덮고 있는 육가크로뮴, 포르말린 등 새집·인테리어·가구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자재와 마감재의 폐해 및 신생아들의 필수 검사항목이 된 아토피, 원인 모를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체에 무해한 다양한 천연마감재가 제품화돼 있고, 그 사용범위 또한 늘어나는 추세인 데 반해 우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친환경’이라는 말이 등장하더니 마치 인체에 무해한 ‘천연’보다 더 안전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저독성·무독성·무공해 등을 갖다 붙인 이름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어느 온라인 쇼핑몰에서 ‘천연느낌페인트’라는 말을 접했을 때는 실소마저 금할 길이 없었다. 

여러 전문가 역시 ‘천연과 화학’ 그리고 ‘친환경’의 정의를 혼동하고 있으며, 작업성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전문가들의 역량에 적잖은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친환경 제품은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성분 몇 가지가 제거된 제품이지만 천연과 화학 중 화학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천연과 화학의 경계가 모호하고 구분이 어렵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는데, 그것은 제품을 만든 제조사 스스로가 명확한 정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감은 가리지 않으나 자재는 가려 쓰는 일부 전문가들은 사업적 영역이나 물질적 가치보다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철학을 고수하고 있으며, 필자 역시 쉽고 빠르고 돈이 되는 필름이나 화학페인트는 쓰지 않고 왜 원목과 천연페인트만을 고집하느냐는 질문에 미관상 아름답고 돈이 된다면 그 어떤 재료도 마다하지 않던 예전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내가 됐기에 더 유익하고 가치 중심적인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해 주곤 한다.

개개인의 취향이나 홈인테리어 트렌드도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새로 지은 아파트가 개인의 취향에 맞게 꾸민다고 검증되지 않은 업자들 손에 의해 온갖 필름으로 도배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필름공화국이 되는 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천연과 친환경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천연은 ‘들판에 핀 꽃’이고 친환경은 ‘꽃향기를 뿌린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즉, 경계가 모호하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도 "사람이 사는 집은 이래야 해!"라는 철학이 생길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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