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위치한 서호천 일대에서 물고기들이 죽은 채 떠 있다.
25일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위치한 서호천 일대에서 물고기들이 죽은 채 떠 있다.

인근 유제품 제조공장의 폐수가 흘러든 수원 서호천에서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시가 역학조사에 나섰다.

25일 수원시와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환경단체 ‘서호천의 친구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장안구 파장동에서 권선구 평동까지 총길이 11.5㎞에 이르는 하천인 서호천에서 300여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채 떠올랐다.

기호일보 기자가 현장 확인 차 찾은 이날 오후에도 서호천에 위치한 샘내교 교량부터 한마루교 교량까지 미꾸라지와 잉어, 피라미, 붕어, 얼룩동사리 등 물고기 수백 마리가 이곳저곳에 떠 있거나 바닥에 가라앉은 상태였다.

일부는 주위 갈대 등에 걸렸거나 수심이 얕은 곳으로 떠밀려 오기도 했다. 몸 절반을 물 밖으로 내민 채 숨을 헐떡거리는 약 10㎝ 크기의 붕어도 목격됐다.

특히 물고기 피해는 서호천 일대 한 유제품 제조공장 방류구부터 하류 쪽으로 약 2㎞에 걸쳐 집중됐다. 

해당 유제품 공장은 지난해 환경부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인 60PPM을 초과한 폐수를 방류해 경기광역환경사업소에 적발된 곳이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2~3일 간격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공장은 가동된 지 40년 된 노후 시설 개선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 과정에서 시설에서 저장하던 1만6천t의 폐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은 채 방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 박옥분(민·수원2)의원은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던 주민 김모 씨는 "하루에 2∼3번씩 이곳을 산책하고 다녔지만 이렇게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모습은 처음"이라며 "수원에 위치한 하천 중 서호천의 수질이 가장 좋다고 여겼는데 이런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니 불안하다"고 했다.

현장을 방문한 시 관계자는 약 80㎝ 크기의 잉어 사체를 수거,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춘천시에 위치한 강원대학교 어류연구센터에 보냈다.

시 물환경센터 관계자는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에 보낸 잉어 사체의 성분분석을 비롯해 피검사, 수질검사 등 전반적으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2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서호천의 친구들’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이 수질오염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리도록 하천 관리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된 서호천은 2018년 환경부 ‘생태하천 복원사업 우수 사례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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