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조순 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임조순 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라는 용어가 핫하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앞 글자를 붙인 말로 투자를 결정할 때 재무재표나 현금과 같은 전통적인 평가지표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윤리적인 영향까지 반영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영국을 비롯한 주요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 등에서 ESG 정보 공시의무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된다.

그동안 이윤만을 추구했던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정책의 우선 순위를 기업이윤에 맞췄던 정부가 ESG지표를 통해 공동체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는 현상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ESG를 통해 우리에게 당면한 기후위기와 불평등 심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라는 정치경제 시스템에 포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0여 년간 ‘신자유주의’는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로 전 세계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다.

1970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높이는 것’이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기원은 1947년 창립된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에서 찾을 수 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은 스위스의 작은 리조트에 모여 파시즘, 나치즘, 스탈리니즘과 같은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경제체제를 확산시키고자 이 모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몽펠르랭 소사이어티는 수많은 기업의 후원을 받으면서 성장하면서, 그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설파하게 됐다. 이들은 경제학계에서 주류가 됐고, 정치권력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1980년대 초반 영국과 미국에서 정권교체를 이룬 보수당의 데처와 공화당의 레이건은 몽펠르랭 소사이어티에서 주장한 작은 정부, 감세, 민영화, 노동유연성 확대(노조탄압), 규제완화(환경/금융) 등의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 지배 이데올로기로 등극하는 시점이자 선출된 권력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된 시기였다. 

그리고 지난 40여 년, 각 국 정부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완화했고, 주요 산업을 민영화했으며, 노조 조직률을 낮추었고(의도했건 아니건), 소위 말하는 기업 프랜들리 정책을 만들어왔다. 이윤만이 최고선이 돼 평가받는 기업 경영진에게도, 그리고 나쁜 생산이라도 지표로 삼는 GDP 경제성장의 성과를 보여 줘야 하는 정치인들에게도 지구 환경이나 불평등의 문제는 뒷전이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증가했고, 나날이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5년 1만9천237달러이던 중위소득 가구의 임금이 2016년 1만4천892달러로 오히려 감소했고, 국민소득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비중이 1987년 35% 내외였으나, 2017년엔 50%를 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상위 1%의 소득은 9%에서 16%로 늘어 소득의 집중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자산의 집중을 더한다면, 경제적 불평등은 우려스러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기업은 자의든 타의든 사회적 책임에 대한 퍼포먼스를 해오고 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발전 목표)등이 그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법인을 설립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후려치기, 기술 빼돌리기, 골목상권 빼앗기 등은 여전하다.

ESG도 결국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을 위해서 필요한 내용을 지표로 정리한 것이라고 볼 때 그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맹목적인 생산을 지향하는 GDP성장이라는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를 폐기해야 한다. OECD에 의하면 2060년까지 주요국의 GDP성장률은 0~1%에 불과하다. 그것도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의 2배를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이제는 GDP성장이 아니라 대기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담수고갈, 해양산성화 등이 과잉되지 않는 목표, 식량, 보건, 교육, 소득과 일자리, 사회적 공평함, 주거, 정치적 발언권이 부족하지 않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바다 위에서 살려달라는 투발루 외교장관의 외침을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지구 전체 인구의 2배가 먹고 남는 식량을 생산해도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그 보다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이 먹어 생기는 병으로 죽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