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YWCA 강당에서 ‘화도진지의 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홍봄 기자
9일 인천YWCA 강당에서 ‘화도진지의 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홍봄 기자

인천시 기념물 2호인 화도진지의 원위치를 규명하고, 역사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모였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9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YWCA 강당에서 ‘화도진지의 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과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여러 문헌과 문화재(지표) 조사의 결과를 들어 화도진지 지정 위치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조미수호통상조약 100주년을 기념하려고 아무런 기초조사 없이 서둘러 재현이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1980년까지 화수동 128과 163 일대로 알려졌던 화도진 터가 갑자기 138∼144로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잘못 재현된 화도진지에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기념 시설물이 방치됐고, 지역 축제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역사 왜곡이 일어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동구청은 화도진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됐다는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이를 근거로 축제를 홍보했다"며 "서양 외세를 배격하려고 만든 화도진에서 불평등 조약을 강요한 미국과 조약을 체결한 사실을 축하하는 축포까지 쏘아 올렸다"고 비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도 현재 화도진지의 위치가 잘못됐다는 주장에 궤를 함께하며 바로잡을 필요성을 제기했다.

추교찬 인하대 사학과 강사는 "화도진은 현재 화도진지의 동편 길 건너 주택지대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고고학적·역사학적 연구를 통해 화도진의 정확한 위치를 고증하고, 이를 토대로 인천 동구의 역사적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현재 화도진지의 위치 비정에 오류가 있기 때문에 기념물 지정을 해제하고, 원위치를 새로 지정해야 한다는 발제자들의 의견에는 동의한다"며 "현재의 기념비를 정확한 위치로 이전하고, 슈펠트의 상륙 지점부터 그 장소까지의 길을 ‘슈펠트의 길’이나 ‘한미조약의 길’로 명명해 역사문화 자원화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박준범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은 "인천시와 중구청이 함께 고민해야 할 행정적인 부분에서 향후 어떻게 처리돼야 할지 공유가 필요하다"며 "문화재조사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예상되는 갈등들을 미리 정리해 놓고 조정해 나가면 이해당사자 간 협의나 논의가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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