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웅 변호사
한재웅 변호사

최근 교육현장의 분위기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훨씬 탈권위적이라서 학생들도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20~30년 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요즘 학교를 보면 놀란다. 어리고 성숙하지 못하다고 해서 항상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런 변화는 당연하고 긍정적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때로는 일반적 기준과 다르거나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수를 했어도 인정하지 못하고 지도하는 선생님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그런 경우라도 학생을 억압해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옳은 방법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으로 교육의 방향도 변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선생님 한 명이 많은 학생을 지도하는 공교육의 현실 때문에 교육현장은 많은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어떤 경우에는 학교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 위원회도 활성화돼 교육현장을 보조하고 있다. 

필자는 ‘학교폭력위원회’와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수년간 활동하고 있다. 위원회에 참석해 사건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모든 절차와 제도는 궁극적으로 학생을 교육하고 올바르게 지도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그 목적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선생님의 훈육에 불만을 품은 학생이 경찰에 선생님을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교사가 유죄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기소’되거나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되기만 해도 해당 교사는 ‘교원징계’ 대상이 된다. 얼마 전 교원징계위원회에 한 교사가 징계 대상으로 올라왔는데, 학교에서 여러 번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주의를 주면서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고 약간의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그 교사가 다른 학생들을 걱정했던 것은 당연했다. 수사기관은 이후 학생이 처벌 의사를 철회했음에도 교사를 소년보호사건으로 법원에 송치했다. 교사는 법원에서 출석해 처분을 받아야 하고, 또 징계 대상이 돼야 한다. 

교사를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한 수사기관의 결정과 수사기관의 송치만으로 징계를 받게 되는 절차가 과연 당사자인 학생과 다른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다. 

본인이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사소한 실수를 한 선생님을 경찰에 신고한 것은 철없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를 접한 어른들이 그 학생을 타이르고 설득해 바로잡아 줄 수는 없었을까? 진짜 학생을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또 혹시 모를 민원이 두려워 형식적으로 사건을 처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신고했던 학생이 시간이 지나 본인의 실수로 선생님이 큰일을 당하게 한 것을 깨닫고 오히려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 사건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오해할까 두렵다. 다른 학생들도 앞으로는 선생님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교사가 발 벗고 나서 학생을 계도하려고 하겠는가? 선생님이 교육에 적극성을 잃으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육적 목적 없는 형식적 절차와 처분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만다.

학교교육은 ‘쌀알이 씻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쌀알이 물속에서 다른 쌀알들과 섞이고 비벼지면서 스스로 자연스럽게 씻기는 것과 같이 학생들은 여러 관계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성장한다.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갈등은 가능한 교육현장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학생과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항상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절차라는 것을 명심해서 넓은 시각을 갖춰야 한다. 학생들 사이 사소한 다툼까지 ‘학교폭력위원회’의 대상이 돼 오히려 반교육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인내심을 갖고 안내하고 설득해서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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