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인하공업전문대학은 학교 재단법인 인가 후 22년 만에 ‘항공운항과’를 신설, 이듬해부터 신입생을 받으며 일을 내고야 만다.

 인하공전은 당시에 기대나 했을까? 누가 허락도 한 적 없지만 제멋대로 뭇 남성들의 로망이 되는가 하면, 국내 항공 객실서비스의 모델을 훌쩍 뛰어넘어 대한민국 서비스업계의 표준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서비스업 선구자가 될 줄을 말이다.

 인천은 대한민국 단 하나뿐인 국제공항이 자리잡았다. 인천하면 공항을 떠올리고, 공항은 비행기를 연상시킨다. 비행기는 이상하게 기장보다는 승무원 즉, 스튜어디스를 떠올리게 하고, 결국 승무원 하면 자연스레 ‘인하공전 항공운항과’로 생각이 이어진다.

 ‘인하공전 항공운항과’를 빼놓고 인천을 논하지 말지어다.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 대한민국 서비스업계의 지표

"앗! 저 사람 크루(CREW)인가 보다."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들을 만나 본 결과 이들은 학교 밖에서 항공승무원이나 항공운항과 재학생, 졸업생 또는 승무원 준비생과 마주치면 서로를 알아본다.

실내에서는 앉는 자세와 작은 손동작에서도 서로를 알아보는 단서를 쉽게 찾아낸다. 교과서에 소개됐듯이 가슴과 허리를 곧게 펴고 마냥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가 하면,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시선의 각도를 유지한다. 적절한 때에 짓는 미소마저도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포인트다.

최대한 소음을 내지 않고 찻잔을 내려놓는 등 물건을 옮기거나 내려놓는 모습에서도 서로를 알아보는 단서는 드러나고 이들은 알아챈다. 실외에서 바른 자세로 걸으며 일행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 역시 그들만의 ‘언어’다. 특히 몸을 움직일 때 손과 팔을 몸에서 최대한 떨어뜨리지 않고 가까이 유지한다.

이는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교육 커리큘럼 중 하나로, 반복 교육을 통해 체화된 애티튜드다. 재학생들은 서비스 대상자에게 거부감 없는 편안함을 제공하도록 최적의 조건을 세심하게 교육받는다. 알고 보면 혹독한 훈련의 결과다.

박민지(20·여·항공운항과 1년)씨는 "어피(appearance·쪽머리)한 걸 보면 더 확실히 알겠지만 사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도 뼈에 사무치듯 몸속 깊게 스며든 다소곳함은 감출 도리가 없어 금세 알아채요"라며 "집이나 학원에서 배우지 못한 서비스에 딱 맞는 자세를 배우고 훈련해 서로를 알아보는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항공 객실 서비스 교육.
항공 객실 서비스 교육.

인하공전 항공운항과는 우리나라 최초로 기내 서비스 전문 인력을 키우려고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K-서비스’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모든 객실서비스는 대한항공의 객실서비스를 기초로 한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를 인하공전 항공운항과가 도맡았고 끊임없이 개선하며 발전시킨 결과다.

우리나라 여당과 제1야당의 대변인 모두 인하공전 출신인데다, 이름난 호텔을 비롯해 서비스가 필요한 곳의 요직에는 어김없이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졸업생이 자리잡은 모습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인하공전 항공운항과가 교육 커리큘럼을 변경하거나 모집요강만 변경해도 우리나라 서비스업계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가 이를 적용하기도 한다.

# 꽃들의 전쟁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며 유지하는 일도 인하공전 항공운항과에겐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범접하기조차 힘든 수려함 속 내부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전부를 걸어 상향 평준화된 동료들과 끊임없이 경쟁한다.

코로나19 창궐로 항공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하던 2020년에도 수시 최고 경쟁률인 70대 1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가 더욱 심해졌지만 50대 1, 올해는 40대 1의 경쟁률을 마크할 정도로 단순 수치만 놓고 봐도 그 치열함은 가늠할 만하다.

항공 객실 서비스 실습장.
항공 객실 서비스 실습장.

항공운항과 학생들은 처음 합격통지서를 받고 기쁜 나머지 SNS 등을 통해 자랑하기도 하지만 기쁨은 잠시다.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는 가장 예쁘고 똑똑했는데, 입학과 동시에 자신은 그저 학과 학생 중 1명(one of them)일 뿐이라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좌절하기 십상이다. 고등학교보다 더 힘든 교육일정을 소화하면서 또 한번 좌절한다.

홍영식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용모 혜택을 보며 살아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누가 봐도 예쁜데다 총명하다. 출중한 외모로 누렸던 작은 혜택들이 학교에서 모두 박살난다. 그저 N분의 1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학생들이 스스로도 자신이 예쁘고 똑똑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는 점"이라며 "서비스맨으로서는 오히려 수려한 용모가 방해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지닌 거품을 빼고 내면부터 아름다운 이미지를 갖도록 끊임없이 교육한다"고 덧붙였다.

또 "승무원이 되면 40개국 이상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중·일·영어는 해야 하는데다, 외국어 교육이 전체 교육 커리큘럼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강도 높은 교육이 이뤄진다"며 "이 모든 과정을 2년 안에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하공전 항공운항과는 초창기 ‘용모 단정’이라는 이름으로 외모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보다 수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서비스맨으로 나설 때 효과적이라는 당시의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단정함에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얇지만 넓게 가져야 하는 상식은 물론 외국어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최고의 자리는 최고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당연한 세상 이치를 20대 젊은 친구들이 온몸으로 감당해 낸다는 의미다.

항공 객실 안전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항공 객실 안전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와 달리 사무치는 경쟁과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부담감은 갖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운항과는 그만한 도전 가치가 충분한 학과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서비스 업계 정점에 섰기 때문이다.

항공운항과는 정원이 200명인데 귀찮으리만치 문을 두드리는 통에 50명의 외국인 학생들에게 추가 입학을 허용한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주를 이루지만 러시아·몽골·우즈베키스탄·일본·중국·말레이시아 등에서 학생들이 끊임없이 줄지어 온다. 국가 간 이동 제한이 극심해 대면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지난해에도 최고의 가치를 잘 아는 35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항공운항과에 입학했다.

이는 항공업계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인하공전 항공운항과의 가치마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입증하는 단적인 예일 뿐이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다디단 항공운항과이기에 재학생들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도전하라고 채근한다. 

항공기 객실 안전 실습장(외부).
항공기 객실 안전 실습장(외부).

임유림(21·여·항공운항과 1년)씨는 "가벼운 예로 항공운항과는 선배들이 하던 아르바이트를 대물림할 정도로 서비스업에 특화됐다"며 "최고의 교수님들,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동기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인하공전에서 꿈을 펼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항공서비스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은 학교에서 차고 넘칠 정도로 교육을 받으니, 무엇보다 지원자들은 10대의 당당함과 승무원이 되려는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도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오로지 승무원만을 배출하는 학교에서 전문화된 서비스인을 만드는 유일한 학교로 이미지 변신한 지 오래"라며 "인천에서, 인하공전에서 이끄는 K-서비스에 합류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준비하고 도전하라"고 권고했다. 

이인엽 기자 yyy@kihoilbo.co.kr

사진=<인하공전 항공운항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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