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Pen리더쉽연구소 대표
홍순목 Pen리더쉽연구소 대표

나는 선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선택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는 식사 준비를 할 때 즈음이면 반찬이나 국으로 여러 선택지를 열거하면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맞을 때마다 나는 난색을 표한다. 사실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늘 그냥 주는 대로 먹는 것이 편하다고나 할까. 

 내가 이것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스스로에 대한 합리적인 답이 필요하다. 즉흥적으로 ‘이것’이라고 말해 버려도 문제가 없지만 성격상 그러지도 못한다.

 지난 9일 우리는 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 경선을 시작으로 본선거에 이르기까지,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거론돼 온 걸 생각한다면 많은 국민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했을 것이다. 

 후보자들은 나름 자신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스스로의 장점과 만들어 나가고 싶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알리기 위해 혼신을 다했겠지만 이들을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선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즉, 선택을 한다는 것은 선택을 하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심리학에서 하나를 얻는 것보다 잃은 것에 대한 고통이 더하다고 한다. 따라서 덜 매력적이기 때문에 포기했다 하더라도 많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선택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어떤 기준을 갖고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우리의 선택에 상당한 불편함이 내재돼 있다. 

 분명 선택은 본인 몫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하나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주변으로부터의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나의 선택에 대해 가까운 지인에게 오해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같은 지역 출신의 지인, 친척, 부모, 자식들의 강요 아닌 강요는 또 어떤가. SNS상에는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하는 친구를 삭제했다고 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SNS 친구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늘 곁에서 함께 지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선택 자체가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말싸움을 하다가 결국 멱살잡이까지 갔다는 뉴스가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어떤 후보가 어느 지역, 어느 세대, 어느 계층으로부터 표를 받았는지를 보면 그 속에서 자기만의 선택을 말하지 못하고 고민했을 많은 국민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기 또래 앞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티를 내면 바로 왕따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후보자들 못지않게 일반 국민들도 말을 조심하며, 때로는 말 때문에 고생을 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요받은 선택이든 스스로의 선택이든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선거에서 선택은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선택을 받는다는 것과 같다. 

 마틴 부버의 저서 「너와 나」에서 마틴 부버가 이야기하는 대로 너와 나는 고정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다. ‘너’가 존재함으로 ‘내’가 존재하고, ‘내’가 존재함으로 ‘너’가 존재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 아닐까. 따라서 누구에게 선택 받고자 한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선택 받기 위해 선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몇 달 후가 되면 국민들은 또 다른 선택지를 받고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보다 지역에서 알음알음 알아온 사람들 가운데서의 선택은 더 큰 스트레스와 에너지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그때만의 선택을 하게 되겠지만, 선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선택에 의해 미래가 결정되고 삶이 바뀌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선택은 승복과 수긍을 통해 가능하다. 선택의 과정에서 갈등이 그 이후까지 지속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후보마다 국민 통합을 내세웠고, 국민들은 국민 통합을 위해 선택했다. 내 선택이 결과와 다르다고 해서 그 초심이 바뀌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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